“오거돈 4월말 사퇴 피해자가 정했다, 정치 해석은 2차 가해”

입력 2020-04-24 09:12 수정 2020-04-24 09:21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눈을 감고 있다. 오 시장은 "죄스러운 말씀을 드린다.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서지율 부산성폭력상담소 상담실장이 오거돈 부산시장 사퇴에 대해 “성폭력을 굉장히 사소하게 치부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서 실장은 지난 23일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오 시장이 부산시장에 출마할 때 ‘성희롱·성폭력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는 공약이 있었다. 하지만 당선 이후에는 공약이 실현되지 않았고 지지부진했다”며 “또 2018년에는 회식 자리에서 양옆에 여성 노동자를 앉혀서 밥을 먹었다”고 설명했다.

서 실장은 이어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 또 이런 걸 반성하지도 않고, (이런 문제를 대처하는) 구조를 만들어내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때, 성폭력을 굉장히 사소하게 치부하고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서 실장은 ‘오 시장이 총선 후에 사퇴할 때까지 참아달라고 했느냐’라는 취지의 질문에는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피해자가 정치적 계산이 될까 봐 걱정해서 사퇴 시기를 4월 말로 정했다. 4월 말로 하겠다고 피해자가 의견을 말씀하셨고, 오 시장이 그걸 받아들였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오보가 계속 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정치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걸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언론이 총선과 연관 지어 보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다. 이런 보도들이 성폭력 본질을 자꾸 흐려지게 만드는 사안일 수 있어서 조심할 부분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피해자가 형사고발을 결정했나’라는 질문에는 “형사고발, 형사고소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여전히 고민 중이다”라고 답했다.

서 실장은 언론의 2차 가해 중단과 성범죄 전담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그는 “피해자를 찾는 취조성 기사나 정치권과의 연결 등 본질과 맞지 않는 내용이 난무하고 있다. 이건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며 “피해자 입장문대로 가해자가 조명되어 처벌받고,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실장은 또 “부산시는 2차 가해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아니면 지금이라도 성희롱·성폭력 전담 기구를 구성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오 시장은 "죄스러운 말씀을 드린다.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3일 오전 11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장 직에서 사퇴했다. 오 시장은 “한 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며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이러한 잘못을 안고 위대한 시민 여러분이 맡겨주신 일을 계속 수행한다는 것은 부산시장으로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A씨는 오 시장의 기자회견문에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날 오후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그것은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성범죄였다”면서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의 표현으로 되레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를 우려해 입장문의 내용을 사전에 확인하겠다는 의견을 수차례 타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기자회견도 예상치 못한 시간에 갑작스레 이뤄졌다”며 “두 번 다시 이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성범죄 예방과 2차 피해 방지에 대한 부산시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