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실종됐다가 9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30대 여성이 차고 있던 금팔찌는 살해 혐의로 구속된 용의자가 아내에게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숨진 여성과 용의자의 아내는 친구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원룸에서 혼자 사는 여동생이 나흘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실종된 사람이 혼자 사는 젊은 여성인 데다 며칠간 집에 안 들어온 점, 휴대전화가 꺼져 있는 점 등을 수상히 여겨 강력 사건으로 전환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실종자 수색에 나선 경찰은 23일 오후 3시 45분쯤 임실군 관촌면과 진안군 성수면 경계의 한 하천 인근에서 A씨(34)의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은 시신의 지문을 채취해 실종자의 것과 대조하는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발견 당시 시신은 수풀 등으로 덮여 있었고 발목 아래만 외부로 노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옷은 실종 당시 그대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지난 14일 오후 10시40분쯤 자신이 사는 원룸에서 나와 친구의 남편인 B씨(31)의 차에 탄 뒤 연락이 끊겼다. 실종 사흘째인 지난 17일 가족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A씨가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친구의 남편인 B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19일 긴급체포했다. 법원은 경찰이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21일 발부했다.
B씨는 14일 오후 10시40분부터 이튿날인 15일 오전 2시30분 사이 A씨를 살해하고 300만원 상당의 금팔찌를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A씨의 금팔찌를 아내에게 선물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아내와 A씨는 한동네에 살며 가깝게 지낸 친구사이였다고 한다. 그는 또 숨진 A씨의 지문을 이용해 피해자의 통장에 있던 48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이 돈은 무직인 B씨의 전재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사 중 B씨가 타고 다닌 차 안에서 혈흔과 삽 등이 나온 점을 근거로 B씨가 차 안에서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이 발견된 곳에 유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아울러 경찰은 B씨의 범행 시간대를 A씨 실종 이튿날인 15일 오전 1~2시로 추정하고 있다. 차량엔 블랙박스가 없지만 인근 CCTV를 분석한 결과 B씨가 이날 김제를 다녀온 사실을 확인했다. CCTV에는 차량 조수석이 성인 여성을 가릴 수 있는 크기의 흰색 천으로 싸여 있는 모습도 찍혀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 휴대전화 전원도 이날 오전 2시 30분쯤 꺼졌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B씨를 추궁했지만 B씨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잠깐 차에 타서 이야기를 나눈 것일 뿐”이라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짓말 탐지기도 거부한 상태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후 피의자의 심경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범행 경위를 강도 높게 추궁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한편 B씨는 A씨 친구의 남편으로 과거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현재 집행유예 기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