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전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5개월의 도피행각 끝에 23일 경찰에 붙잡혔다. 함께 잠적했던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도 체포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9시쯤 서울 성북구의 한 거리에서 김 회장을 체포했다. 경찰은 김 회장을 추궁해 인근 빌라에 은신해있던 이 전 부사장도 붙잡았다. 둘은 함께 도피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피해액 1조6000억원 규모로 수많은 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피의자들이다. 스타모빌리티 실소유주인 김 회장은 ‘라임의 전주(錢主)’ 역할을,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를 기획하고 운용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4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고 라임 사태에 관한 검사 관련 정보를 입수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라임 사태와 별개로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에서 161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이 전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 경영진의 800억원대 횡령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역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지난해 11월 행적을 감췄다.
김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모두 체포되면서 답보상태에 있던 라임 사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라임 측이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기게 된 과정과 비호세력의 존재 여부 등 이 사태의 전말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일단 경찰은 김 회장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으로 이송해 수원여객 횡령 사건을 수사할 방침이다. 김 회장에 대한 수원여객 횡령 혐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와 관련한 수사는 향후 경찰이 김 회장을 검찰에 송치하면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이 넘겨받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과는 무관한 이 전 부사장은 이날 곧바로 서울남부지검으로 넘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