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스트’ 재후 작가 “경찰서 강력팀도 취재했죠”

입력 2020-04-26 13:00
'메모리스트' 만화 컷. 다음웹툰 제공


최근 배우 유승호 이세연 주연의 tvN 동명 드라마와 함께 다음웹툰에 재연재 중인 원작 만화 ‘메모리스트’는 2016년 10월 등장과 동시에 화제를 모았다. 초능력 형사와 검거율 100% 천재 프로파일러, 그리고 의문의 연쇄살인까지. 판타지와 스릴러를 범죄 서사로 쫄깃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재후(34) 작가의 데뷔작이었다.

극 주인공 동백은 기억을 읽는 초능력을 활용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푸는 열혈 형사다. 반면 이야기는 현실감 넘치는데, 법망을 피해 빠져나가려는 범죄 이야기가 간단없이 이어진다. 현실이 생생하게 녹아든 작품인 셈이다. 꼼꼼한 취재 덕이었다. 재후 작가는 최근 본보와 서면인터뷰에서 “고증을 위해 법학·심리학 교수들에게 자문하고 경찰서 강력팀을 돌았다”고 설명했다.

이야기의 모티브는 ‘뉴스’에서 얻었다. 재후 작가는 “범죄자가 죄질에 비해 낮은 형량을 받거나, 판결이 논란을 일으켰던 사건 등 뉴스에서 접하는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영화와 드라마를 보면서도 작품 원동력을 얻는 편”이라고 했다.


'할매' 만화 컷. 다음웹툰 제공


현재 연재 중인 인기작 ‘할매’도 손자를 의식불명에 이르게 한 폭력배를 직접 처벌하기 위해 총을 든 한 할머니의 얘기다. 재후 작가는 데뷔작과 차기작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스릴러 전문 작가’라는 호칭도 얻었다. 스릴러가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재후 작가는 “‘메모리스트’도 처음엔 장르가 ‘드라마’였다. 작품을 수차례 뒤엎던 중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하는 장르가 스릴러라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캐릭터는 될 수 있는 대로 어둡지 않게 그리려고 했다. ‘메모리스트’ 초안의 동백은 공개된 작품에서처럼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고 한다. 재후 작가는 “무게감 있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보니 작품을 만들 때도 그런 성향이 반영되곤 한다”며 “작품을 새로 다듬는 과정에서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밝은 톤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스트' 만화 컷. 다음웹툰 제공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천재 프로파일러 선미. 선미는 평범한 인간이지만, 초능력을 가진 동백과 맞상대를 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직감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재후 작가는 “선미는 동백처럼 마음 한편에 분노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을 절제해야 하는 현실적인 캐릭터”라며 “그런 현실감을 살리려 작업 초반부터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인물이었는데,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고,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인다”고 했다.

재후 작가는 최근 활기를 띠고 있는 웹툰 영상화 작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할매’도 벌써 드라마 제작사와 판권을 계약했다. 빠듯한 마감에도 오는 30일 종영을 앞둔 드라마 ‘메모리스트’를 꼭 챙겨본다는 그는 “분위기나 속도감이 웹툰 이상”이라며 “시청자로서 결말을 추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칭찬했다.

초등학생 때 받고 싶은 선물로 만화책을 꼽았던 재후 작가는 흔들리지 않고 만화가의 꿈을 키웠다. 대학도 애니메이션학과로 진학했던 그는 데뷔 후 단 두 작품 만에 날개를 달았다. 그렇다면 그가 그려나가고 싶은 만화의 모습은 무엇일까. 마감 후 댓글에 담긴 독자의 추리와 생각부터 꼼꼼히 확인한다는 그는 “메시지가 직접적이더라도, 작품이 훈계조로 느껴지는 건 지양한다”며 “끝에 주인공의 선악이 모호해지는 ‘메모리스트’처럼 독자와 견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