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12년간 아껴 모은 500만원 받아주세요”

입력 2020-04-24 06:05
23일 부산 영도구 김철훈 구청장 집무실에 한 할머니가 찾아와 외부행사를 마치고 복귀한 김 구청장에게 현금 500만원이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고 영도구가 밝혔다. 사진은 부산 영도구 양미숙 할머니(왼쪽)와 김철훈 구청장. 부산 영도구 제공

부산에서 8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12년간 아껴가며 모은 500만원을 코로나 바이러스 극복에 써 달라며 구청에 기부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부산 영도구 동삼3동에 거주하는 양미숙 할머니(84)는 23일 김철훈 영도구청장 집무실을 찾아와 코로나19로 인해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며 현금 500만원을 기부했다.

양 할머니는 이날 집무실을 방문해 검은 비닐봉지를 김 구청장에게 내밀었다.

그 안에는 1만원권 지폐 뭉치, 현금 500만원이 담겨있었다.

양 할머니는 “저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맞지만, 제가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저보다 더 어려운 누군가를 돕는 데 쓰고 싶습니다”라고 기부 의사를 전했다.

양 할머니는 남편이 간암으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2008년 이후 자녀가 없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국가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 왔다고 했다.

검은 비닐봉지에 담긴 돈은 양 할머니가 택시를 탈 일이 있어도 버스로 바꿔 타고, 반찬값도 아껴가며 10년 넘게 모은 돈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양 할머니는 이 돈을 전하려고 요양보호사 도움을 받아 구청에 찾아왔다.

김 구청장은 양 할머니 사정을 파악하고 고마움 마음만 받겠다고 기부를 한사코 말렸으나 뜻을 굽힐 수 없었다.

김 구청장은 “정말 귀하게 모아 기부하신 돈이니만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뜻깊은 일에 지원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