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회초리 안돼” “해체하라”…통합당 쇄신도 여러갈래

입력 2020-04-23 18:03
4·15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당 수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미래통합당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통합당은 참패 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력갱생 능력마저 의심받고 있다. 당을 추스를 구심점도 마땅치 않은 상황까지 겹치면서 당내 쇄신 요구는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수도권 한 의원은 23일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가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며 “다음 주에 초재선 의원 모임을 갖고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해진 당선인은 국민일보 통화에서 “관성적으로 계파와 선수, 지역 등에 따른 지도부를 구성할 게 아니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열정과 실행력이 있는 ‘개혁 지도부’를 전당대회를 통해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선 인사를 돌다보면 ‘통합당이 전혀 변화하지 못했다’는 말을 여전히 많이 듣는다”면서 강도 높은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통합당 의원 10여명은 이날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수습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당 지도부의 ‘김종인 비대위’ 전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비대위 체제를 무기한으로 하거나 비대위에 전권을 주는 방안에 대해선 반대했다. 김성원 의원은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당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오는 28일 당선인 총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통합당 사무처의 팀장급 이하 당직자들도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단순한 자책이 아닌 냉철한 반성과 뼈를 깎는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쇄신 요구가 쏟아지는 배경에는 총선 참패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장면만 반복된 탓이 크다. 더욱이 당 지지율은 4·15 총선 기간을 포함해 4주 연속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0∼22일 전국 18세 이상 150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통합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0.5% 포인트 하락한 27.9%로 나타났다. 이는 총선에서 통합당의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33.84%에 못 미치는 지지율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문재인 정권보다 더 싫은 게 통합당이라는 것”이라며 “당을 완전히 해체 수준으로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을 나와 승강기를 타고 있다. 연합뉴스

당 지도부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4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28일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 전환을 확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세우는 방안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김선동 의원은 외부 인사를 비대위원장에 영입하는 방안에 대해 “훈장님 모셔다 학생들이 회초리 맞는 방식보다는 스스로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제대로 된 쇄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현재 당 상황을 감안하면 외부 인사에게 전권을 주는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일부 당선인은 “당 분란처럼 비칠까봐 튀는 쇄신안을 앞에 나서서 말하기 어렵다”며 ‘선배들’ 눈치를 봤다.

김경택 김이현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