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여당 지형④] 약진한 박원순계, 확 줄어든 이재명계

입력 2020-04-23 17:46

4·15 총선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세력 지형도에도 적잖은 변화를 불러왔다.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서울 종로에서 승리하며 원내 진입에 성공, 대선 가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대선주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그와 가까운 이들의 원내 진출 성적표는 저조했다. 또 다른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측근들의 21대 국회 입성으로 한층 힘을 받는 분위기다.

21대 국회에서 박원순계로 꼽을 만한 의원은 12명가량이다. 20대 국회 당시 5명에서 크게 늘었다. 이들의 약진으로 다소 정체돼 있던 박 시장의 대권 행보가 얼마나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시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시장과 정치적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이들이 대거 당선됐다”며 “이는 향후 박 시장 행보에 도움이 될 환경이 마련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박 시장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박홍근 의원, 시민운동을 함께 했던 남인순 의원이 당선되며 3선 중진 대열에 합류했다.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기동민 의원, 김영호 의원도 재선에 성공했다.

박 시장과 손발을 맞춰 일했던 인사들도 대거 입성한다. 김원이·진성준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박상혁 전 서울시 정무보좌관, 윤준병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천준호 전 서울시 비서실장, 최종윤·허영 전 서울시 정무수석이 지역구에서 승전보를 전했다. 현역 의원 두 명을 꺾은 경기 안양동안갑의 민병덕 당선인은 박 시장의 법률고문을 지냈다.

4년 전 낙선 아픔을 딛고 재선 의원이 된 진 전 정무부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당내 입지가 탄탄하다. 김원이 전 부시장과 허영 전 정무수석은 총선에서 ‘강적’ 박지원 민생당 후보와 김진태 미래통합당 후보를 꺾으며 인지도를 올렸다.

박 시장은 최근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위원장, 이재명 지사에 비교해 낮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 정무라인을 대거 교체하며 지지세 반등을 노리고 있다. 박 시장이 21대 의원들의 지원사격을 받기 위해서라도 지지율 반등은 필수적이다. 한 당선인은 “대권 행보에는 원내 박원순계 의원 숫자보다 국민의 지지가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선인은 “박 시장과 가까운 건 사실이지만 당내 다른 대권 주자들과도 친하다”며 “벌써 계파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상대적으로 약진한 박원순계와 달리 이재명계는 세가 크게 줄었다. 중진인 5선 이종걸 의원, 3선 유승희 의원 등 이 지사와 가까운 이들이 당 경선에서 탈락했고, 초선 제윤경 의원도 불출마했다. 현역 중에는 김영진·김병욱 의원이 각각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1대 초선 중에는 경기 안성에서 당선된 이규민 전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 사무총장이 이 지사의 측근으로 꼽힌다.

앞으로 이 지사가 21대 국회에서 얼마나 자기 세력을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경기도 지역 당선인 51명 중 23명이 초선이다. 이들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이 지사와 같은 당 소속임을 앞세워 선거운동을 해왔다. 원내 기반이 약한 이 지사로서는 경기 지역 의원들을 업무 협업 대상을 넘어 정치적 동지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이 지사의 포용력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 이재명계 인사는 “이 지사와 경기 의원들과의 교류가 활발해질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단순 도지사와 도내 의원 관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업무 교류와 별개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