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제정책만으론 코로나 종식 불가능… 경제만 타격”

입력 2020-04-24 00:10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이미지.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이동제한, 자가격리 명령, 공공시설 및 사업장 폐쇄 등 ‘확산 억제(flattering the curve)’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종식시키기 어렵고 경제만 망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훨씬 강력한 봉쇄 정책과 공격적인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하버드대와 북경대 등이 참여한 미·중 합동 연구진이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해 분석한 연구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를 통해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류위 북경대 교수는 “현재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확산 억제 정책은 코로나19 종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경제에 막대한 타격만 주고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팬데믹을 완전히 종식할 생각 없이 감염자 증가세만 억제하려는 정책이 계속된다면 현 상황과 같이 확진자 수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SCMP는 논문에서 사용한 확산 억제 정책이란 “공공시설 폐쇄, 비필수 사업장 폐쇄, 자가격리 명령 등을 내리는 조치”라며 “밀려드는 환자로 인해 의료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규 감염자 수를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면 이 정책은 성공했다고 판단된다.

연구진은 확산 억제 정책의 최대 단점으로 막대한 경제적 비용 대비 미미한 방역 효과를 들었다. 연구에 따르면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방역 정책을 실시한 국가는 한국, 카타르, 뉴질랜드 등 소수에 그친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은 방역 정책의 여파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도 바이러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연구진은 “확산 억제 정책의 결과로 평균 총생산은 20~60%가량 감소했지만, 정작 확진자는 30~40%밖에 줄어들지 않았다”며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는 최악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지역 간 이동 제한령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코로나19가 처음 터진 중국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지기 직전 30만명 이상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지만 이로 인한 전국적인 감염자 폭증이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럽발 입국 제한 조치를 두고도 “문제는 미국 내에서 확산한 감염이었기에 해당 조치는 의미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아무런 대책 없이 경제를 재가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명백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연구진은 “검사량을 대폭 늘리는 등 감염을 확실히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록다운 조치 등을 완화한다면 엄청난 재앙이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이상적인 팬데믹 대응 정책은 강력한 봉쇄, 검사량 증가, 그리고 적극적인 격리 조치다. 이를 위해 야외 활동을 더 엄격히 통제하고 임시 병원을 건설해 보다 많은 환자를 격리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생명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지 않았다며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제이미 메리커 미국 스토니브룩대학 교수는 “이 연구에서 적용한 비용편익분석 모델에서는 생명의 가치를 얼마로 측정했는지 알 수 없다”며 “다양한 모델의 장단점을 파악해 최적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