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선방에도 긴장하는 ‘반·디’…“전례 없는 불확실성”

입력 2020-04-23 16:26


SK하이닉스가 코로나19 사태 우려 속에서도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정보기술(IT) 업계가 비대면 관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서버 증설에 나서면서 이익이 늘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라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만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는 어두운 시장 전망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3일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액 7조1989억원, 영업이익 800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증권사들의 평균 추정치(매출 6조8680억원, 영업이익 5091억원)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39.1% 증가했고, 매출은 4% 늘었다.

회사는 서버용 제품 판매 증가와 수율 향상, 원가 절감이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에도 재택근무, 원격 교육, 온라인 쇼핑(전자상거래) 등 비대면 IT 수요가 늘면서 서버용 메모리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차진석 최고재무전문가(CFO)는 컨퍼런스콜에서 “10나노급(1Y) D램 및 96단 낸드플래시 수율 향상과 제조원가 절감 노력으로 모든 제품군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700억원 가량 불어나는 효과도 봤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들은 올해 반도체 시장의 역성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이후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해 ‘역대급 불확실성’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차 CFO는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글로벌 IT 수요 전반과 공급망에 전례 없는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연간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 업계는 일부 국가의 이동제한 조치로 장비 부품업체가 정상적인 조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장비 입고 시기 지연 가능성도 높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의 둔화도 악재다. 당초 5G 기반 신제품 출시가 교체 수요를 견인하며 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출하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지난해 대비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경기 이천 M16 공장 가동 등 시설 투자 감소 방향을 기존대로 유지하면서 사태 추이에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디스플레이 시장도 피해 가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매출 4조7242억원, 영업손실 36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미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LCD 업체의 저가 공세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기에 세트업계 위축이 겹치면서 5분기 연속 적자가 현실화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2분기 실적부터 본격 반영된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업계가 생산라인을 구축한 베트남 등의 입국 제한 조치로 팹 가동률 하락과 실적 감소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올해 개최 예정이던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유로 2020), 도쿄 하계올림픽 등 대형스포츠 이벤트가 모두 연기되면서 TV용 대형 디스플레이 수요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업 환경이 급변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지속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주요 소재, 부품, 장비 업체까지 여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