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완화에 전문가들 ‘재유행’ 경고… “안일함이 가장 큰 위협”

입력 2020-04-23 16:12 수정 2020-04-23 16:51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22일(현지시간) 성조기 가 그려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자택대피 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실시했던 이동제한 조치를 서서히 완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등은 방심할 경우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재확산할 수 있다며 ‘안일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초기에 이 팬데믹의 영향을 받은 일부 국가에서 확진 사례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는 안일함이다. 이 전염병은 쉽게 재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고 돌아갈 수도 없다”면서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하며 더 잘 준비된 ‘새로운 정상화’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택대피 명령을 철회하라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미국에서도 전문가들은 재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여러 지역에서 상업활동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검사 규모를 늘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봉쇄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캐롤라인 버키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부교수는 “지금은 각각의 지역이 바이러스 확산에 있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한 논의는 감염 진단 검사를 실시할 충분한 여력이 있는지에 근거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답이 없는 상태에서 제한 조치를 일찍 완화한다면 치명적인 2차 팬데믹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이미 봉쇄 완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영국은 올해 말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영국 정부 수석의료고문 크리스 휘티 교수는 AP통신에 “코로나19의 재유행을 막으려면 최소 올해 말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휘티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가 올해 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극히 드물다. 바이러스가 봉쇄 지역에서 갑자기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은 완전히 비현실적인 기대”라면서 “정말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조처를 시행해야 할 것이며, 무엇이 최선의 방식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