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백남기 숨지게 한 경찰 직사살수 행위는 위헌”

입력 2020-04-23 15:58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경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일직선으로 살수한 행위(직사살수)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백씨의 유족이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 4개월여 만이다.

헌재는 23일 백씨의 딸 백도라지씨 등이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와 살수차운용지침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머리 등 가슴 윗부분을 맞고 쓰러졌다. 이후 백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 2016년 9월 25일 숨졌다.

백도라지씨 등은 백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인 2015년 12월 “경찰의 직사살수 및 살수차 운용으로 인해 백씨의 생명권을 비롯한 청구인들의 생명권과 인격권, 행복추구권,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집회의 자유가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경찰의 직사살수 행위가 백씨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사살수는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되거나 다른 방법으로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며 “백씨의 행위로 인해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됐다고 볼 수 없어 이 사건에서 직사살수행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경찰로서는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했다.

다만 이종석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백씨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 “공동 심판 참가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며 “이 사건 근거조항들에 대한 심판청구는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직사살수행위가 헌법에 합치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