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돈맥(脈)경화’에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가 1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채와 국고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도 10년7개월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22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자산유동화증권 제외)은 2조69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8.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회사채 발행액은 1월 6조8000억원, 2월 12조3000억원 수준으로 급증세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되며 3월 5조1000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회사채 발행액이 상환액보다 적은 ‘순상환’ 흐름도 나타났다. 지난 1~22일 회사채 상환액은 총 3조9338억원으로 발행액보다 1조2000억원 많은 상황이다. 지난 2월 회사채 발행액은 상환액을 6조원 초과했지만, 지난달엔 6400억원 수준으로 격차가 줄어들더니 이달 들어 역전됐다. 기업들이 신규 투자 등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요보다 부채를 갚는 데 더 치중했다는 의미다.
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신용도 차이를 보여주는 스프레드도 크게 확대됐다. 22일 기준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와 국고채 3년물 금리의 신용 스프레드는 1.157% 포인트를 기록했다. 2009년 9월 18일(1.160%p) 이후 10년7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는 회사채 등 기업의 자금 시장 안정화 대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기업 안정화 대책’을 통해 기존 채권시장안정펀드는 물론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채권(P-CBO)의 규모를 확대하고,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까지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채권 시장의 자금 물꼬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