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편, 딸 앞에서 아내 몸에 휘발유 뿌려 방화 살해

입력 2020-04-23 14:50
국민일보 DB

이혼을 요구한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아내의 몸에 불을 붙여 살해한 6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수열)는 23일 살인·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61)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재판부도 증거에 비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살인은 피해 회복을 못 하는 범죄다. 방법이 잔혹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피고인 측은 범행 당시 살해 의도는 없었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전에 휘발유통 사진을 찍어 불을 지르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를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있으며 실제 휘발유통을 준비해 피해자에게 뿌리고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다소 우발적인 요소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피고인에게 범행 동기가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결혼생활 중 정서적 학대와 고된 일상에 건강이 안 좋아져 집을 나왔다”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집요하게 위협하고 결국은 살해했다.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이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과 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한 딸의 정신적 고통을 고려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이 뒤늦게 후회와 반성을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1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한 길거리에서 아내 B씨에게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붙여 살해했다.

A씨는 자신에게 이혼을 요구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의붓딸이자 B씨의 친딸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B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같은 해 10월 패혈증 쇼크로 숨졌다.

A씨는 범행 전 성남 딸의 집에 간 B씨에게 “내가 보복할 일만 남았어” 등의 협박성 연락을 수차례 했다.

범행 당일 A씨는 미리 휘발유와 라이터를 준비했고, B씨가 딸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범행했다.

유승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