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을 모의하면 실제 범행에 이르지 않더라도 처벌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한다. 성범죄물 제작은 중대범죄로 간주되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경우 소지·구매까지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2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우선 성범죄물을 찾아보는 행위도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에 힘써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행위에 대한 형량을 상향해 나가기로 했다.
성범죄물 제작 행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정형량을 상향한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해서도 형량의 하한을 설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SNS·인터넷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광고해도 처벌할 방침이다.
또 소지죄 처벌 대상을 확대,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뿐 아니라 성인 대상 성범죄물도 소지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차단을 위해 강간죄의 핵심인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기준 연령은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대폭 상향된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죄는 폭행과 협박이 인정되지 않아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16∼18세), 영국(16세), 독일(14세) 등 외국과 비교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가 적용되는 기준 연령이 낮아 미성년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외에도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를 신설, 합동강간이나 미성년자 강간도 중대범죄로 취급해 실제 범행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준비하거나 모의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처벌하도록 한다.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길들여 성적 착취를 하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 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영상물이나 사진을 요구하고, 이후 유포 협박과 만남 요구 등의 일련의 단계를 처벌하기로 했다.
수사 단계에선 ‘잠입수사’ 기법을 도입한다.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이 갈수록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선 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즉시 이같은 수사기법을 시행하되, 잠입수사 과정에서 수사관 보호와 재판 과정에서의 증거능력 등을 위해 법률에도 근거 조항을 마련할 계획이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확대, 혐의가 중한 피의자는 수사단계서부터 신상을 적극 공개하기로 했다.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의 경우 아동·청소년 강간범 등 성폭력범으로 한정되던 신상 공개 대상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판매자도 추가한다.
아울러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해 발견 즉시 삭제해야할 성범죄물을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