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소에 음식물쓰레기 먹인” 농장 적발

입력 2020-04-23 12:27
제주 제주시 해안동 중산간 하천 변에 동물 뼈 등 음식물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 있다. 제주시 제공

제주에서 음식 쓰레기를 소에 먹여온 목장 관리자가 적발됐다. 쓰레기 투기 신고가 들어와 현장에 가보니 동물 뼈가 가득했고 목장 관리자는 키우는 소에 식당에서 받은 잔반을 먹여왔다고 실토했다.

최근 제주 제주시는 해안동 중산간에 음식물쓰레기가 대거 투기됐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주시 확인결과 현장에는 상당량의 동물 뼈가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음식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물티슈와 일회용 소스, 깨진 뚝배기 그릇도 눈에 띄었다.

쓰레기가 버려진 지 오랜 듯 주변에는 물이 고여 심한 악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주변 하천을 따라 내려가자 이 곳에서 떠내려 간 것으로 보이는 비슷한 종류의 쓰레기들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제주시 자체 조사 결과 현장에 버려진 쓰레기 무게는 7.5t 가량으로 추산됐다. 대부분 동물 뼈였다.

그런데 조사 결과 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시가 무단투기 현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쓰레기들이 소에게 음식물을 먹인 뒤 남은 잔여물이라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목장 관리자는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으로부터 음식물 잔반을 제공받아 소 먹이로 먹인 뒤 남은 것들을 버렸”으며 “투기 행위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뤄졌다”고 제주시 관계자에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에 따르면 해당 농장에는 소 50여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목장 관리자는 방목 시 초지의 풀과 음식물 잔반으로 소를 사육했으며, 이 같이 음식물을 먹인 기간은 2년이 조금 안 될 것으로 제주시는 추정하고 있다.

사료관리법은 소와 돼지에 음식물 쓰레기 급여를 금지하고 있다. 잔반이나 잔반을 재가공한 사료의 동물성 단백질 성분이 광우병,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전염 경로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은 음식물류 폐기물을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는 행위는 물론, 동물의 먹이로 쓰기 위해 음식물류 폐기물을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에 넣고 있다. 특히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초식동물로 잔반을 섭취할 경우 급성 폐사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관계자는 “쓰레기 무단 투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여러 부서가 관련 법령에 따른 위법 여부를 판단해 이번 주내로 고발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육지부에서 싸움 소에 홍삼 등 영양식을 먹인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일반 소에 사람이 먹다남긴 음식물을 주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고희범 제주시장도 이례적으로 해안동 투기 현장을 방문하고 관련 부서에 정확한 조사와 투기자 엄벌, 복구를 지시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