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포츠채널 ESPN이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 중계권의 무료 제공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극복하고 세계에서 2번째로 빠른 개막을 준비하는 한국프로야구는 먼저 시작된 대만보다 한 등급 위의 리그로 평가돼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우리 경기의 무료 중계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23일 “ESPN이 한국프로야구 중계권의 국외 판권 소유자에게 경기 영상을 무료로 제공받도록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경기의 미국 중계를 긍정적인 일로 판단하지만, 무료 콘텐츠로 평가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KBO는 한국 경기가 미국에서 무료로 중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다만 협상 과정이나 계약 결과에 따른 수익·손실은 모두 판권 소유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KBO는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정규리그 개막일을 5월 5일로 연기됐다. 비록 38일이나 지연됐고 당분간 관중을 유치하지 않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셧다운’ 된 세계 프로스포츠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출발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지난 12일 무관중 경기로 개막한 대만에 이어 세계 2번째로 프로야구 정규리그를 시작하게 됐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질병통제예방센터 지침에 따라 개막일을 5월 11일 이후로 잠정했다. 30개 구단을 애리조나주로 모아 정규리그를 시작하는 ‘애리조나 플랜’이 제시됐지만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의 반발에 휘말려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독립기념일(7월 4일) 개막론도 거론된다.
일본야구기구(NPB)는 도쿄도를 포함한 전국 도도부현의 긴급사태로 번진 코로나19 확산세에 6월 개막을 고심하고 있다. 대만 인터넷매체 신원윈은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 개막일이 확정되자 “대만프로야구의 독보적 입지가 사라지고 세계화도 중단될 것”이라고 낙담했다.
한국프로야구는 이미 지난 21일부터 근거리 팀 간 당일치기 방식으로 무관중 연습경기를 시작했다. AP·AFP통신과 같은 외신 기자들이 경기장으로 찾아올 만큼 한국프로야구는 국제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그중 ESPN은 미국 내 중계를 문의할 만큼 한국프로야구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ESPN은 한국프로야구의 국외 판권을 소유한 국내 미디어 기업 에이클라와 이달 초에 접촉해 중계를 문의하고 협상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기 영상을 무료로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협상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SPN에 경기 영상을 무료로 제공하면, 그 손해는 결국 에이클라에 돌아가게 된다. 경기의 콘텐츠 가치를 평가하는 일과 별도로 영상 제작과 미국 송출을 위한 인력·장비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