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강원도 춘천시 서면 서상리 땅을 상속받은 황용수(44)씨는 최근 이 땅에 두릅나무를 심으러 갔다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 소유인 이 땅에 자전거도로가 놓여있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2~3년 전 춘천시에서 공무원이 찾아와 자전거도로 조성을 위해 해당 토지를 매매하라고 요청했지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토지라 매매 할 수 없다고 거듭 밝혔었다”며 “그런데 나무를 심기 위해 이 땅에 와보니 자전거도로가 땅을 가로질러 조성돼 있어 너무나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춘천시가 개인 사유지인 사실을 알면서도 소유주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전거도로를 개설해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춘천시에 따르면 시는 2017년 10월 80억원을 들여 신매대교에서 춘천댐 방향 수변 5.2㎞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개설했다.
신매대교에서 4km 구간은 둑 옆에 목재 데크 코스로, 나머지 1.2km 구간은 기존 포장도로로 연결해 조성했다. 현재 이 도로는 춘천의 자전거 순환도로와 연결돼 많은 자전거 동호인이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전거도로 구간 중 서면 서상리 일부 구간에 보상을 마치지 않은 사유지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사업추진 당시 시담당자는 황씨에게 해당 토지를 팔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해 사지 못했다. 그러나 시는 토지 소유주가 사용허락은 물론 보상에 응하지 않았음에도 자전거도로를 계획대로 조성하고 도로를 개통했다.
시는 지난 14일 해당 토지를 측량해 사유지 9.9㎡가량이 자전거도로로 무단으로 점유된 것을 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당시 자전거도로 노선변경이 어렵고 사업이 급하다 보니 토지소유주와 사용허락 및 보상 협의를 마치지 않고 자전거도로를 개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보상을 할 수 있으면 보상을 하고, 토지소유주가 원상복구를 요구할 경우 법률적인 부분을 검토해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황씨는 지난 21일 국민신문고에 담당 공무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보상이나 원상복구가 먼저가 아니라 적법한 행정절차를 무시한 담당 공무원의 중징계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비록 작은 면적이지만 공무원이 막무가내로 사업을 추진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 공무원 징계 후 매매나 기부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