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가사도우미와 비서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은 김준기(76)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에게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범행이 상습적이었던 점, 해외에서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수사기관을 피해 왔던 점 등에 비춰 형이 가볍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죄질이 나쁜 데 비해 양형이 부당하다는 취지다.
검찰이 제시한 범죄사실 자체는 1심에서도 인정이 됐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내용 자체에서 모순되거나 기록상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모순되는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워 진술 신빙성이 높다”며 김 전 회장의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로부터 모두 용서를 받았다”면서 “김 전 회장은 대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75세의 나이를 갖고 있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 전 회장은 이후 석방됐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경기도 남양주시 별장에서 일한 가사 도우미를 8차례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2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비서를 29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추행한 혐의도 있다. 그는 2017년 7월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6개월마다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수사기관을 피해 왔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