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의 경고 “안전망 붕괴… 미국 대공황 우려”

입력 2020-04-23 10:01
지난달 19일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학 의과대 학생들이 캐피톨 지역의 푸드뱅크에서 통조림을 분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제3세계 국가같다”고 꼬집었다. 한계에 다다른 사회 안전망이 붕괴되면서 미국 경제가 제2 대공황을 맞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내놓았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음식을 무상제공하는) 푸드뱅크에 의지하는 사람들 숫자가 엄청나다. 공급 능력을 웃돈다. 공적 사회안전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제2의 대공황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았다.

7일(현지시간) 그레이터 피츠버그 커뮤니티 푸드뱅크로 향한 긴 차량행렬. 에이미 와다스(Amy Wadas) 트위터 캡처

그는 “미국 인구의 14%가 푸드스탬프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향후 수개월 안에 실업률이 30%를 기록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사회 안전망으로 감당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 내 불평등은 심각하다. 이 전염병은 가장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공격하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도 미국이 전반적으로 가장 건강하지 못하고, 건강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화당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확진자들에게 10일의 유급병가를 주는 것을 반대했으며, 이에 따라 많은 직장인들이 감염되고도 출근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은 나쁜 선례가 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말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놀라워했다.

또 “미국의 안전망이 부적절해서 오히려 질병을 퍼뜨리는 측면도 있다. 실업보험이 이토록 취약하다보니 사람들이 의존하려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 더가디언 캡쳐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이 제2의 대공황을 맞을 수도 있는가’란 질문에 “그렇다”라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대통령)와 미치 매코널(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맡겨놓으면 대공황을 맞게 될 것이다. 만약 그들을 대신할 올바른 정책체계를 가진다면 쉽게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음식 외엔 어떤 것도 소비하지 않으려하는 상황이 올 텐데, 그게 바로 대공황 아닌가”라고 짚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백악관 내 팬데믹 담당부서가 없어지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산이 깎였으며, 이 때문에 진단키트·마스크·보호장비가 부족한 채 코로나19 위기를 맞았다고 개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학적으로 접근할 문제를 두고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바람에 국가적 대처가 너무도 부실했던 것”이라고 총평했다.

덧붙여 “글로벌 팬데믹과 기후변화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트럼프)은 그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자주의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일어서기를 희망한다. 단순히 기업 주도의 세계화가 아니다. 우리는 좀더 회복력 있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