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을 경고한 보건 당국자를 공개석상에서 면박을 줬다. 기자회견 연단에 세워 직접 정정하도록 노골적으로 종용했다. 하지만 뒤끝만 노출한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시작하자마자 로버트 레드필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쏘아붙였다. 레드필드 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잘못 인용됐다며 다짜고짜 ‘가짜 뉴스’로 몰아붙였다. 뭔가 단단히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
레드필드 국장은 전날 워싱턴포스트에 “다가오는 겨울 우리나라에 대한 바이러스의 공격이 우리가 막 겪은 것보다 실제로 더 힘들 가능성이 있다”며 독감과 코로나19의 동시 발병 위험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장 레드필드 국장을 연단에 불러세웠다. 인터뷰 발언이 잘못된 인용이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직접 해명하라는 취지였다.
레드필드 국장은 다소 굳은 표정으로 연단에 섰다. 그는 “내가 말하지 않은 것을 강조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감과 코로나19 발병을 동시에 겪게 되면 보다 힘들어지고 아마도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국민에게 독감 주사를 맞도록 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추기보단 ‘가짜뉴스’ 주장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밝히며 온도 차를 드러낸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드필드 국장을 소환해 발언을 철회하도록 요구했지만, 그는 자신의 발언이 제대로 인용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다시 찾아온다면 그것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다시 발병할 수 있지만 진압될 것이다”며 레드필드 국장의 해명을 깎아내렸다. 레드필드 국장의 경고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경제 정상화 드라이브에 찬물을 끼얹고, 국민이 갖는 불안감을 더욱 키울 수 있기에 ‘가짜뉴스’로 한 번 더 몰아세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트위터에 “CDC 국장의 코로나19 관련 발언은 가짜뉴스 CNN에 완전히 잘못 인용됐다. 그는 성명을 낼 것”이라며 공개 면박을 예고한 바 있다.
한편 이번 바이러스 대응 국면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은 바이러스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지를 묻는 트럼프 대통령 질문에 “재발병할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내과의사이자 미국 글로벌 에이즈 코디네이터인 벅스 조정관은 백악관에서 매일 열리는 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화려한 스카프 패션으로 주목받았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