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김종인 ‘무기한 전권’ 요구에 “당을 얕보는 처사”

입력 2020-04-23 09:07
홍준표 당선인이 지난달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이 김종인 전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의 ‘무기한·전권’ 요구에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홍 당선인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가 아닌가”라며 “그럴 바엔 차라리 헤쳐 모여 하는 것이 바른 길이 아닌가.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버릴 때는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 당선인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거론했다. 그는 “당 외에서 비대위원장을 모셔오는 게 맞지 않겠나”라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면 어떨까. 그분은 카리스마도 있고, 오랜 정치 경력도 있고, 민주당이나 우리 당에서 혼란을 수습해 본 경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이 답변에 “김 전 위원장은 총선 대패를 했다. 괜찮겠나”라고 묻자 홍 당선인은 “장수가 아무리 강해도 병졸이 허약하면 전쟁에서 못 이긴다”며 김 전 위원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홍 당선인은 17일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은 당 지도부가 비대위 구성하고 총사퇴해야 한다”며 “비대위에 전권을 준 다음 비대위 주도로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라디오 인터뷰와 페이스북 글 내용을 종합하면 홍 당선인은 김 전 위원장 중심의 비대위 구성에 동의하지만, 조기 전당대회 취소·무기한 비대위·전권 요구에는 반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도 22일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당원들의 반발이 우려된다”며 “(김 전 위원장) 요구는 다소 과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또 “비대위는 말 그대로 비상적인 대책위가 돼야지 오랫동안 기간을 끌면 ‘비상대책위’라는 어휘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 전 선거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대위원장이 되면 현행 당 대표의 권한을 갖는 것이다. 조기 전당대회가 전제된다면 비대위원장을 할 수 없다”며 “의사가 병든 환자를 고치려고 하는데 환자가 의사 말에 제대로 순응을 해야 병을 고치지, 환자가 반항하면 의사가 치유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