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5만원을 우리만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 눈물이 흐릅니다.”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은 22일 페이스북에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멈추기 힘든 이 밤’이라는 글을 써 이같이 말했다. 부산 16개 구·군 중 유일하게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결정하지 못해 난처한 상황에 놓이자 구민들에게 직접 띄운 편지다.
정 청장은 “늦은 시간 귀가해 글을 보며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구정을 탓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직원들의 설득도 눈물겹다”며 “재난지원금 5만원의 효과를 따지기 전, 지급하지 못하는 게 마치 저의 잘못인 듯 느껴져 죄송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정을 어떻게 호소할까 고민하다 구민께 드리는 호소문도 만들었지만 배포하지 못했다”며 “저 또한 받아들이기 힘들다. 부산시도 많은 부담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뼛속까지 아프지만 세상이 그토록 허수룩하지 않다는 걸 믿는다”며 “북구민을 위해 최선의 답을 내놓겠다. 믿고 기다려달라”고 썼다.
북구가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열악한 재정 상황 탓이다. 23일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 ‘지방재정 365’ 자료에 따르면 북구는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사회복지비 예산 비중이 70.1%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반면 재정자주도는 28.36% 전국 최하위다.
재정자주도는 전체 세입에서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편성·집행할 수 있는 재원 비율이다. 북구는 5000억원가량의 한해 총예산 중 약 3500억원이 복지비로 쓰이고 있다. 조직운영비와 나머지 기타 예산을 제외하면 가용 재원은 전체 예산의 1~2%(50억원가량) 수준이다.
이때 북구 전 구민에게 5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한다면 필요한 예산은 150억원이다. 가용 재원의 3배에 달한다. 북구는 이같은 상황을 부산시에 알리고 예산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