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 즐기는 김정은…열흘넘는 잠행, 올해만 세 번째

입력 2020-04-23 06:00
태양절에 금수산궁전 참배 안 해 불거진 ‘건강이상설’
부친 김정일, 17년동안 금수산 참배 단 세 차례 뿐

청와대는 21일 일부 언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보도한 것을 두고 "현재까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CNN방송은 20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2020.4.21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흘 넘게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신변을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지만 일각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들어 이런 잠행은 벌써 3차례나 된다는 것이다.

북한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다음 날 조선중앙통신 등에 보도됐다. 그 후 열흘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짐바브웨 대통령에게 독립기념일 축전 발송(4월 18일), 평양시청년동맹위원회 지도원 등에게 감사 전달(4월 19일), 김일성 훈장 수훈자들에게 생일상 수여(4월 21일) 등 김 위원장의 간략한 동정만 전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이 없어 건강이상설 진위 확인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월에도 두 차례나 열흘 이상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적이 있다. 그는 1월 25일 평양 삼지연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한 뒤 스무날 넘게 ‘잠행’했다. 이후 2월 16일 ‘정치국 성원들’과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은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그 뒤 또 사라졌다가 열이틀이 지난 같은 달 28일 인민군 부대의 합동 타격 훈련을 지도하며 나타났다. 북한 매체는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지난해에도 열흘 이상의 잠행이 적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 9일 단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20일 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14년에는 9월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2차 회의에 불참한 뒤 당 창건일인 10월 10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때 최장 40일간 모습을 드러나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 - 김대통령, 김위원장과 건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4일 저녁 평양시내 목란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당시에도 온갖 ‘설’이 제기됐다. 실제 김 위원장은 당시 발목 수술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해 10월 14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팡이를 짚은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사진을 게재했다.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이 발목의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건강이상설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생일인 지난 15일 집권 후 처음으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아 제기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길게 보면 그리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집권 기간 동안 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금수산궁전을 거의 참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집권 17년간 김 주석의 생일에 금수산궁전을 참배한 것은 2000년, 2002년, 2008년 단 3차례였다. 김 위원장의 권력이 안정되면서 금수산궁전 참배를 매번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한거라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도 21일 ‘김정은 위중설’에 대해 김 위원장이 강원도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