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집단면역은 허상?… 올겨울 ‘2차 대유행’ 오나

입력 2020-04-23 10:05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발표를 인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항체 형성률이 전체의 2~3%에 그친다고 밝히면서 ‘집단면역(herd immunity)’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체 형성률이 극히 낮다면 코로나19는 집단면역이 통하지 않는 바이러스인 셈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기 전인 올 겨울에 ‘제2차 대유행’이 덮칠 가능성도 높다.

23일 WHO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에서 실시된 코로나19 항체 연구에서 표본집단 가운데 약 2~3% 만이 항체가 생성됐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항체 형성률은 최대 14%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겨울철에 환기가 잘 안되고 밀집생활이 시작되는데 항체 형성률이 떨어지면 대유행이 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항체가 생기지 않으면 집단면역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치료제나 백신 개발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도 집단면역에 회의적이다. 우선 집단면역이 되려면 인구 전체의 60~70%가 코로나19에 감염돼야 하는데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대유행이 일었던 대구시 사례만 봐도 그렇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구에서 7000명 가량의 확진자가 나왔지만 이는 200만 대구시 인구의 0.3% 수준”이라며 “집단면역에 도달하기엔 빙산의 일각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대다수가 감염됐다 하더라도 항체가 바이러스에 방어력을 지닌 ‘중화항체’인지도 불분명하다. C형 간염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항체처럼 스스로 바이러스를 억제할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다. C형 간염 환자에 대해 단순히 감염여부만 확인하는 차원에서 항체 검사가 이뤄지는 이유다.

중화항체의 지속시간도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독감처럼 6개월만 지나도 항체가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어 정기적으로 예방 접종을 맞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홍역처럼 한 번 감염되면 평생 중화항체가 유지되는 사례도 있긴 하지만 코로나19 항체는 신종 바이러스라 얼마나 항체가 지속되는지 연구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신종 감염병에 집단감염 용어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탁 순천향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면역은 감염병이 유행할 당시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항체 형성을 기대하고 감염을 장려하자는 의미로 쓰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방역 당국은 25명의 확진자에게서 모두 중화항체가 생성됐다는 시험 결과를 22일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12명은 호흡기 검체에서 실시한 바이러스 유전검사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중화항체가 있어도 체내에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일정 기간 남아있을 수 있단 뜻이다. 이날 정은경 방대본부장도 “국민들이 면역 없이 겨울을 맞으면 2차 유행이 올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위생수칙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