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 정부 간 지리한 ‘삼각 핑퐁게임’이 계속된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당정청이 22일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 뒤에 기부를 통한 ‘자발적 반납’을 유도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속한 처리를 주문했고,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여야 합의시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재난지원금 소득하위 70% 지급이냐, 전 국민 지급이냐를 둘러싸고 팽팽한 이견을 보였던 당정이 사실상 의견을 모은 것이다. 다만 정부는 야당과의 합의를 전제로 달았다. 미래통합당에 공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통합당이 합의에 따른 구체적인 수정 예산안을 가져오라고 맞받아치면서 다시 공을 정부에 넘기면서 향후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계속 줄다리기를 하던 당정이 절충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경제위기가 심각하다는 판단과 함께 재난지원금 지급이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당정 갈등이 길어지자 통합당이 “당정 합의가 먼저”라며 때아닌 정부 편을 들고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20일 고위 당정청회의 이후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고 한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 뒤 자발적인 기부를 받자는 아이디어도 민주당이 고려하고 있던 여러 방안 중 하나였다. 최종 결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정세균 국무총리로 알려졌다. 정 총리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당정 이견을 오래 끌어선 안 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결국 이날 오전 당정 간 실무협의와 더불어 청와대와도 최종 조율을 거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당정이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마지막 공은 다시 야당으로 넘어가는 듯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가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일단 당정 합의안을 가져오면 논의를 수용하겠다’고 이야기했으니 이제 더 미룰 이유가 없다”고 야당이 추경 심사에 나서줄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주장은 구체성이 없다”며 “(민주당이) 정부와 협의가 됐다면 하루빨리 수정 예산안을 제출해 달라”고 해 ‘공 돌리기’는 일단 이어지게 됐다.
김 의장은 “정부가 (여당 방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보도되는데 어떤 협의인지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예산편성권자가 아니다. 민주당 요구는 국회 예산심사 과정이나 헌법 질서에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도 했다.
김 의장은 자발적 기부 안에 대해서도 “자발적 기부를 어떻게 받겠다는 것이냐”며 “캠페인을 하겠다는 것인지, 국채보상운동을 하겠다는 것인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국채 발행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원칙”이라며 “통합당은 총선 때에도 국채 발행을 해서 재난지원금을 주자고 한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재희 김이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