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앞둔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폭행·성폭행하고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건과 관련해 “의사가 되게 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간, 폭행, 음주운전 의대생은 의사가 되면 안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재판부는 합의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피고인이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적이 없는 점, 피고인의 가족들이 선처를 간곡하게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해 집행유예를 내렸다”며 “이런 가벼운 처벌 때문에 성폭행을 저지른 사람이 앞으로 의사가 되어 환자를 본다고 생각하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어 “성범죄에 대해 가벼운 처벌이 이어지면서 판결이 성범죄자를 키워낸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이라며 “피해자가 합의했다니 법의 일은 거기서 끝난 것이고 이제 윤리가 등판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 면허라는 독점적 권리를 주는 것은 공동체 사회”라며 “의학적 지식만 갖췄다고 그런 어마어마한 특권을 줄 수는 없다. 자신보다 환자와 공동체의 안녕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갖춰야만 그 특권을 부여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우리나라는 심지어 살인한 경우에도 의사 면허 영구박탈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이런 범죄자는 아예 의사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교에서는 이 학생을 출교해주시길 바란다”며 “혹시 졸업하더라도 복지부에서는 의사국가고시를 응시하지 못하게 하거나 면허를 부여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글은 이날 오후 현재 55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앞서 전북의 모 의과대학 본과 4학년인 A씨(24)는 지난 1월 15일 전주지법 제1형사부로부터 강간과 상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8년 9월 3일 오전 전주시 한 원룸에서 여자친구인 B씨를 추행하다가 “그만하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말에 격분해 B씨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목을 조른 뒤 폭행당해 반항하지 못하는 B씨를 성폭행했다. 성폭행당한 B씨가 이제 연락하지 말라고 하자 A씨는 재차 주먹을 휘둘러 B씨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또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신호대기 중이던 차를 들이받아 상대 운전자와 동승자를 다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0.068%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법정에서 음주운전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하고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법원에서 적법하게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했을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때려 상해를 입히고 성폭행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러나 1심 선고 이후로도 A씨는 이전과 다름없이 병원 실습과 수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속한 대학의 관계자는 “학생 개인 신상에 관한 내용은 학교에 따로 통보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A씨에게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한 뒤 의과대학 교수회에서 징계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