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 전 세계 박물관들이 괴기스럽고 소름 끼치는 전시물 경쟁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괴기 전시물 배틀’(#CreepiestObject)은 영국 요크에 위치한 요크셔 박물관이 지난 17일 트위터에 처음 제안했다.
요크셔 박물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설이 폐쇄되자 #CuratorBattle이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지난달부터 매주 금요일 특정 주제를 선정한 뒤 관련 수장품을 전시하는 이벤트를 벌여왔다.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던 이벤트는 ‘괴기 배틀’을 제안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독일,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세계 각국의 박물관이 해당 배틀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이벤트가 됐다. 괴기 배틀은 트위터에서 22만회 이상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요크셔 박물관은 이번 주 주제로 ‘가장 섬뜩한 물건’을 공지한 뒤 3~4세기 로마시대 여성의 무덤에서 나온 번 헤어(올림머리) 모양의 머리카락 뭉치를 소개했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은 영장류를 박제해 분홍색 칠로 방부 처리한 인어 모형과 움푹 들어간 눈, 날카로운 이빨이 돋보이는 또 다른 인어 모형으로 화답했다.
캐나다의 한 주립 박물관은 155년 된 저택의 벽 안에 숨겨져 있었다고 전해 내려오는 저주받은 어린이 장난감을 소개했다. 주립 박물관은 “우리는 그것을 휠리라고 부른다”며 “그것은 스스로 움직인다. 직원들이 매번 다른 장소에서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도이치 역사박물관은 1650~1750년 사용된 무서운 부리가 달린 흑사병 전용 마스크 사진을 내밀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속 애슈몰린 박물관은 한쪽에는 죽은 사람의 얼굴이, 다른 한쪽에는 벌레와 썩어가는 두개골이 새겨진 펜던트를 제시했다. 같은 대학 부속 피트 리버스 박물관은 핀과 못이 가득 박힌 양의 심장을 보여주며 “악마의 주문을 깨기 위한 목걸이처럼 착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요크셔 박물관이 다시 등장해 게의 다리로 만들어진 모형을 제시하고 “카드놀이를 하고 금괴를 물가로 운반하는 모습이다.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며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좋아했다”고 덧붙였다.
영국 리즈에 있는 왕립박물관은 “사형 집행인의 것”이라며 철제 가면을 게시하고 “대중 앞에서 굴욕을 주기 위해 고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버러의 컬렉션 팀은 도박꾼들이 쓴다는 죽은 사람의 손가락뼈로 만든 행운의 부적과 목에 달면 치아 경련을 예방할 수 있다는 죽은 남성의 치아 사진을 게시했다.
영국 벡스힐 박물관이 부풀어 오른 복어 사진을 올리고 “좀비 복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스코틀랜드의 역사적 환경 응용보존실장은 사람의 일그러진 얼굴이 그려진 고래의 고막 사진을 올렸다.
요크셔 박물관 관계자는 “‘가장 섬뜩한 물건’ 배틀은 큐레이터 배틀을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많은 박물관과 일반 대중들이 매주 금요일 트위터 피드를 보며 우리가 어떤 주제를 던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박물관의 문이 닫혔을 때도 여전히 소장품을 대중과 공유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우리는 (이번 배틀의 영향으로) 아무도 악몽을 꾸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