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재향군인회상조회 등에서 빼돌린 자금을 수표로 건네받은 ‘성명불상자’들을 추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김 전 회장의 최측근인 향군상조회 대표 출신 김모(58·구속기소)씨와 중년 여성 등이 은행에서 수표를 인출하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측이 빼간 수표의 일련번호도 확보하고 최종 사용자가 누구인지 확인 중이다.
2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김씨가 경찰에 체포되기 이전인 지난달 한 시중은행에서 수표를 인출하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보했다. 김씨는 ‘부해 보이는’ 중년 여성 1명 및 남성 2명과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스타모빌리티 측에 CCTV 등장인물 중에 김씨가 있는지 등을 문의했다고 한다.
김씨 등은 향군상조회, 스타모빌리티 등에서 B법무법인에 에스크로(제3자 보관) 형식으로 예치했던 자금을 수표로 인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B법무법인 계좌에는 김 전 회장 측이 향군상조회에서 빼낸 152억원과 스타모빌리티에서 횡령한 317억원이 보관돼있었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자금을 빼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B법무법인 측은 김씨가 향군상조회, 스타모빌리티 소속 임원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돈을 건넸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 1일 스타모빌리티 이사회에 참석하려다 수원여객 횡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B법무법인에서 빠져나간 수표들의 일련번호도 확보했다.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보람상조 측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에 일련번호를 제출했다. 보람상조는 향군상조회에서 B법무법인으로 돈이 넘어간 사실을 파악하고 법무법인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자금 흐름을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수표의 일련번호가 확보된 이상 최종 사용자는 추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수표들은 대부분 인출 직후 현금화 과정이 끝난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CCTV의 등장인물을 비롯해 수표의 사용자들이 누구인지 추적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측이 사채업자 등을 통해 수표를 현금으로 바꿨고, 해당 업자들이 수표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기업사냥’을 벌였다는 의혹도 받는다.
실제 김 전 회장의 ‘돈 세탁’에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의 운전기사 한모씨가 동원되기도 했다. 구속기소된 한씨는 지난달 12일 25억원 상당의 수표를 서울 명동의 한 환전 업자에게 건네고 12억원 상당의 달러와 12억원 상당의 원화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금은 김 전 회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한씨는 현금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신원은 모르고 김 전 회장이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김 전 회장은 수십억원의 거액을 도피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넉넉한 도피자금을 현금으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수사 당국의 추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전 회장은 도피 중이었던 지난 1월 측근들에게 “외국에 있다”는 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아직 국내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