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 교수 “조국 딸, 고교생이 무슨 기여…허드렛일 시킨 것”

입력 2020-04-22 16:59 수정 2020-04-22 19:02

“고등학생이 연구에 무슨 기여를 하겠느냐. 허드렛일 시키면서 시간이나 채워주라고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2일 김모 공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를 불러 정경심 동양대 교수 딸 조모씨가 허위 체험활동확인서를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의혹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김 교수는 “고등학생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는 말을 반복하며 조씨가 의미 있는 활동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교수는 대학 동창인 정 교수에게서 딸 조씨가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에서 체험 활동을 했다는 확인서를 발급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김 교수는 이날 법정에서 정 교수 딸에게 준 확인서에 허위이거나 과장된 사실이 포함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2008년 7월말 정 교수가 한영외고 재학 중이던 딸과 자신의 연구실을 찾아오기 전까지 20여년간 교류가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정 교수와 딸 조씨가 서울대 의전원에 제출한 체험활동확인서 4개를 차례로 제시했다. 2007년 7월~2008년 2월 체험 활동을 한 것으로 적힌 첫 번째 확인서는 아예 시기가 맞지 않았다. 정 교수가 찾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2008년 7월 전에 활동이 끝난 것으로 돼 있었다. 김 교수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제가 날짜를 편하게 써준 것 같다”고 했다.

두 번째 확인서는 2008년 3월~2009년 2월 체험활동을 한 것으로 돼 있었다. 검찰이 “(정 교수를 만나기 전인) 2008년 3~7월은 사실과 다르지 않으냐”고 묻자 김 교수는 “제가 소홀했다”고 답했다. 이 확인서의 활동평가란에 ‘성(性)분화 관련 유전자의 분자생물학적 탐지에 있어 괄목한 성과가 있었다’고 적은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좋게 써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른 확인서 활동내역에 ‘연구실 인턴 활동과 조류의 배양 및 학회발표’라고 적힌 것을 두고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 “와서 구경한 정도”라고 답했다. 검찰이 그 의미를 묻자 김 교수는 “그냥 견학”이라며 “옆에서 허드렛일 시키면서 시간이나 채워주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딸 조씨가 실험에 참여하기도 전에 논문초록에 제3 저자로 등재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해당 논문초록 제1 저자로 2009년 공주대 석사 과정 중이었던 최모씨는 김 교수 지시로 2009년 4월 조씨의 이름을 논문초록에 넣어 국제조류학회에 보냈다고 했다. 조씨를 실제 만난 시점은 5~6월쯤이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김 교수에게 부탁해 딸을 2009년 8월 일본에서 열린 조류학회에 참가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