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하얼빈 ‘무증상 슈퍼전파자’ 초비상… 70여명 감염, 4000여명 조사

입력 2020-04-22 16:52 수정 2020-04-22 18:01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중국 하얼빈의 병원.글로벌타임스캡처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 1명이 현재까지 70명 넘게 감염시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와 건강시보 등에 따르면 한모(22·여)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감염자가 현재까지 70여 명에 이르고, 밀접 접촉자 의심자가 4000명을 넘어서 보건 당국이 추적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던 한씨는 지난달 19일 하얼빈으로 돌아와 곧바로 자택으로 이동한 뒤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는 자가 격리 중에 발열이나 기침 등 아무 증상이 없었고, 3월 31일과 지난 3일 실시한 핵산 검사에도 음성으로 나왔다.

이후 격리 기간이 끝나자 지난 5일 수술을 위해 상하이까지 여행을 가 병원과 호텔에서 3일 동안 지내다 돌아왔으나 역시 코로나19와 관련한 아무 증상이 없었다.

이후 주변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자 추적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한씨를 다시 검사한 결과 무증상 감염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보인다. 항체 검사 결과 한씨는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거쳐 갔다는 진단을 받았다.

가까운 시기에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나타내는 IgM항체는 음성이었지만 비교적 오래전 감염을 보여주는 IgG항체는 양성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미 무증상 감염을 거쳐 항체가 형성됐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그가 무증상 상태에서 퍼트린 바이러스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 하얼빈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개요도.중국건강시보캡처

한씨에게 가장 먼저 감염된 사람은 위층에서 사는 여성 차오모씨였다. 한씨와 차오씨는 서로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은 공간에 있었거나, 한층 사이를 두고 이어진 아파트 배관을 통해 전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어 차오씨의 남자 친구 리모씨, 리씨의 어머니 왕모씨가 차례로 감염됐다. 이 두 사람도 무증상 감염자였다.

어머니 왕모씨는 남자 친구와 함께 이웃 가족 5명과 식사하는 자리를 가져 6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얼마 후 이들 가운데 천모씨가 쇼크로 쓰러진 뒤 병원에 입원해 두 곳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의료진과 환자, 환자 가족들에게 무더기로 전파됐다.

현재 최초 슈퍼전파자 한모씨로 시작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70명을 넘어섰고, 천씨가 입원했던 두 병원을 다녀가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네이멍구자치구 후룬베이얼과 랴오닝성 푸순까지 퍼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보건당국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하얼빈 두 병원에서의 밀접 접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 대상에 오른 사람이 현재 4000명을 넘는다고 전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쩡광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긴 감염 사슬이 나타난 것은 바이러스가 감염성을 높이기 위해 변이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홍콩대 생명과학대학원 진둥옌 교수는 “하얼빈의 집단 감염의 경우 일부 무증상 감염자가 전염성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현재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하얼빈 같은 사례가 중국에 더 많이 발생하면 제2의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