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불붙인 ‘이민 제한’ 논란…“60일간 영주권 발급 중단”

입력 2020-04-22 16:44 수정 2020-04-22 16: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정부 대응을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주권 발급을 60일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차단과 미국인 일자리 보호를 명분삼아 추진하는 이런 조치가 적절하고 실효성이 있는지 논란이 불붙고 있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때문에 실직한 미국인들의 자리가 이민자들로 대체되는 것은 잘못됐고 부당하다”며 “22일 영주권 발급 중단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다시 열릴 때 취업 전선의 맨 앞줄에 미국인들이 설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명령은 오로지 영주권을 신청하려는 개인들에게만 적용된다”며 기한 연장 여부는 경제 여건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이 발효되면 영주권자의 친척이나 취업 제의를 근거로 영주권을 획득하려는 사람들 대다수가 당분간 영주권을 발급받지 못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조치가 외국인 수만 명의 미국행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미국 시민이 가족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행위는 허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영주권은 초창기 증명서 색깔을 따 ‘그린카드’로도 불린다. 영주권이 있으면 기간 제한 없이 거주하고 취업도 할 수 있다. 2018년 10월부터 1년간 미국은 약 100만건의 영주권을 발급했다. 2018년 미 상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주권 발급자의 70%는 미국 내에 친인척이 있었고, 채용을 근거로 한 영주권의 80%는 이미 미국에 거주 중이던 이들에게 발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심야 트위터 글을 통해 이민 중단 방침을 전격 발표한 뒤 코로나19 부실 대응 책임을 다른 데 돌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비판도 거세다.

미국이민자협회는 트위터에 “트럼프의 결정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19 사망률과 감염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본질을 흐리고 국가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국가이민포럼도 “미국 내 보건 인력의 17%, 간병인의 24%가 이민자”라며 “대통령이 희생양을 찾아다니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서는 “최고 외국인 혐오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가 즉각 창출될 것이라고 반기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영주권과 별개로 현행 외국인 노동자에게 1년 단위로 발급되는 비이민 비자는 그대로 유지된다. 농장 노동자와 의료·첨단기술 분야 인력의 취업을 제한하면 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재계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