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며 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와 재난지원금이 중고 거래사이트 등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단골 손님들의 현금화(속칭 현금깡) 요구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추후 지급될 정부의 재난지원금도 본래의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오전 8시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사랑상품권 100만원어치 판매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곧 “시중에선 10% 할인을 해 주는데 92만원에는 거래할 의사가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글은 게시된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삭제됐다. 이 사이트가 지역화폐의 현금거래 부작용을 막겠다며 오는 8월까지 상품권 거래를 제한하겠다고 밝히자 판매자와 구매자가 게릴라식으로 접촉한 뒤 글을 삭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에는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더 많다’며 지자체가 지급한 재난지원금을 교환하자는 글도 등장했다.
다른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사랑상품권’으로 검색하면 지역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하자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개 10~20% 정도를 할인해 현금으로 거래하는 식이다. 상품권을 파는 사람들은 이사나 실거주지가 아니라는 이유를 대거나 현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사유를 밝히기도 한다.
지역화폐를 사고파는 행위는 오프라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재난지원금이 풀린 이후 ‘현금깡’을 요구하는 전화를 10여통 받았다”면서 “단골이 요구하면 거절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지역화폐를 받는 슈퍼마켓 관계자는 “사실 깡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손해 볼 것은 없어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물건은 팔리지 않고 돈만 오가는데 소비 효과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행위는 중간 유통업자가 비정상적인 소득을 올린다는 점에서 지역화폐의 공급 취지에 어긋난다.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지급한 선불카드를 현금화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및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지자체들도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 경기도에는 온라인 등을 통한 제보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에는 양도금지 조항이 있다”면서 “구체적인 위반 행위가 적발되는 대로 고발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