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파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의 재확산이 독감 시즌과 겹칠 경우 더욱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올 겨울 코로나19가 또 다시 확산된다면 이번 팬데믹보다 현실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할 것이라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2009년 A형 독감이 유행했을 당시 봄에 발생한 ‘1차 파도’보다 그해 가을과 겨울 독감 시즌에 발생한 2차 유행 때 상황이 더 심각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두 가지의 호흡기 질환이 동시에 퍼지면 보건 시스템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부하가 걸릴 것이라고 레드필드 국장은 내다봤다. 미국은 현재까지 4만3000여명의 사망자를 기록하고 있는 코로나19의 첫 번째 유행을 통해 자국 내 의료시설과 의료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레드필드 국장은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와 주 정부는 향후 몇 달 동안 앞으로 있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자택대피령이 해제되더라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면서 “광범위한 진단 검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빠짐없이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야만 더 큰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보건당국자들이 올 여름동안 국민들에게 독감 예방주사를 반드시 맞도록 설득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독감으로 인한 입원환자 수를 줄여야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기관의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1차 확산은 다행히 겨울철 독감이 사그라진 이후에 시작됐다.
레드필드 국장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자신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서 “만약 이번 코로나19와 독감이 같은 시기에 정점에 도달했다면 의료 시스템은 더욱 더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DC에선 현재 500명의 직원 대부분이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레드필드 국장은 “650명의 추가 인력을 투입해 감염자 및 접촉자 추적 등 코로나19로 가중된 업무를 맡길 것”이라면서 “인구조사국 등과 협력해 대체 인력을 마련하는 방안도 주 정부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미국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톰 프라이든 전 CDC 국장은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추적하는 데 30만명 수준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와 지방국민보건연구소관리자협회(ASTHO)도 최소 10만명 이상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36억 달러(약 4조4000억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레드필드 국장은 최근 미국 곳곳에서 자택대기령 등 주 정부의 규제에 대해 완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선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국내 방역 당국도 코로나19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감염병 전문가들의 관측에 따라 올겨울 두 번째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백신 없이 가을을 맞게 되고, 그 때까지 바이러스가 유행한다면 2차 팬데믹 가능성은 높다”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면역을 갖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염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20일에도 “코로나19가 신종 바이러스다보니 어떻게 전개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유행과 완화를 반복하다가 겨울철이 되면 바이러스가 생겨나기 쉽고, 또 밀폐되는 환경으로 접어들기 때문에 대유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좀 더 엄밀한 준비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