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EPL 뉴캐슬 매각전…“이 매각 반댈세” 어깃장

입력 2020-04-22 16:03 수정 2020-04-22 17:09
기성용이 뉴캐슬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2018년 11월 11일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린 본머스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당시 골을 넣은 동료 살로몬 론돈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기성용이 뛰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구단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매각이 암초에 부딪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구단을 사려 하자 영국 외 EPL 최대 중계권자인 카타르계 방송사가 이를 공개적으로 저지하려 들면서다. 카타르와 사우디의 앙숙 관계와 함께 불법 중계방송 송출 사안, 거대 중계권 계약까지 걸려있는 문제라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일간 더타임즈는 22일(현지시간) 카타르계 방송그룹 비인스포츠(beIn Sport)가 EPL 사무국과 리그 20개 구단에 보낸 서한을 입수해 보도했다. 현재 매각 진행 상황대로 사우디 국부펀드 주도의 컨소시엄에 뉴캐슬을 넘겼다가는 다음 중계권 계약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암시하는 내용이다. 비인스포츠가 EPL과 체결한 중계권 계약은 3년간 5억 파운드(약 7600억원)에 달한다.

현재 뉴캐슬의 마이크 애슐리 구단주는 3억 파운드에 해당 컨소시엄으로 구단을 매각하기로 한 상태다. 이 컨소시엄은 사우디의 국부펀드 PIF가 80% 지분을 가지고 있다. PIF는 사우디의 실권자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실상 전권을 가진 펀드다. 이외 나머지 지분은 영국의 사업가 어맨다 스태블리가 소유한 PCP 캐피털 파트너스가 10%, 역시 영국의 사업가인 데이비드·사이먼 루번 형제가 10%를 각각 갖고 있다.

비인스포츠가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명분은 사우디 정부가 불법 해적방송으로 EPL 경기가 송출되는 걸 공개적으로 방조해왔다는 점이다. 사우디 정부가 소유한 위성방송 아랍사트(Arabsat)는 비인스포츠에서 중계하는 EPL 주요경기를 사우디의 해적방송 비아웃큐(beoutQ)로 불법 복제해 내보낼 수 있도록 해왔다. EPL에서도 이를 법적 대응하려 시도한 바 있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비인스포츠 미디어그룹의 유세프 알 오베드리 최고경영자는 서한에서 “사우디의 불법 행태나 EPL, 방송 파트너, 축구계의 상업적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사우디 정부가 EPL의 (뉴캐슬 같은) 유명 구단을 통제하도록 하거나 물질적 이득을 취하도록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라도 허용한다면 묵과할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EPL의 오랜 파트너이자 거대 투자자로서 이 같은 조치(매각)가 어떤 의미인지 세심하게 따져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위협에 가까운 내용이다.

뉴캐슬은 과거 지동원의 소속팀이었던 선덜랜드 AFC와 함께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다. 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 중 하나인 앨런 시어러를 비롯해 케빈 키건, 보비 롭슨 경 등 수많은 잉글랜드 축구의 유명인사가 선수와 감독으로서 팀을 거쳐 갔다. 2007년 영국 사업가 마이크 애슐리에게 매각된 뒤 2차례 2부 강등과 1부 승격을 반복하며 부침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이번 시즌에도 13위를 기록하며 중하위권에 머물르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