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후계자로 지목되던 35세의 장판(蔣凡) 톈마오 최고경영자(CEO)가 부인이 제기한 스캔들 의혹으로 곤경에 처했다.
그의 부인이 웨이보를 통해 “내 남편을 건드리지 마라”고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에게 경고한 뒤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알리바바 측이 조사에 나섰다.
22일 봉황망 등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의 최고인사책임자(CPO) 둥원훙은 지난 18일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장판이 가정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회사 명예에 큰 영향을 끼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모두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회사측은 정식으로 팀을 꾸려 관련 소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장판이 웨이보에 올라온 논란과 일부 불확실한 소문으로 인해 회사에 나쁜 영향을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해왔고, 자신에 대해 회사가 조사해 주기를 간청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매체들은 알리바바의 조사가 장판의 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 보다는 그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해 모델 출신 왕훙인 장다이(張大奕) 측에 부당한 이득을 취하도록 도와줬는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판의 부인은 지난 17일 장다이를 향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다. 다시 한번 내 남편을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자중하길 바란다. 스스로 알아서 잘 처신하라”고 경고하는 글을 웨이보에 올렸다.
장다이는 “오해일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장판과 장다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확산됐다.
장다이는 알리바바의 쇼핑 플랫폼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며 거액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인기 쇼핑호스트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그의 웨이보 팔로워만 1100만 명이 넘는다.
장다이가 속한 기획사 루한은 지난해 4월 나스닥에 상장까지 했다. 장다이는 이 회사 지분 13.5%를 가진 대주주다.
특히 루한에는 타오바오를 통해 투자한 알리바바측 지분이 7.4%라는 점을 들어 알리바바가 장다이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기업인 알리바바의 CEO에게 왕훙과의 스캔들 의혹이 불거진 것만으로도 버티기 힘들 것이란 여론도 적지 않다.
따라서 창업자 마윈, 장융 현 회장에 이어 알리바바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던 장판이 낙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판에 대한 사내 조사는 ‘반부패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감찰 전문가 장팡이 이끌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장판은 마윈과 함께 알리바바를 만든 18명의 공동창업자 중 1명이다.
의혹의 중심에 선 장판은 상하이의 푸단대학 컴퓨터과를 졸업한 뒤 구글 중국 법인에서 일하다 모바일 개발자 서비스 플랫폼인 유멍(友盟)을 창립했다. 2013년 알리바바가 이 회사를 인수한 뒤 마윈 등의 눈에 들며 급부상했다.
32세이던 2017년 타오바오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타오바오와 티몰 등 알리바바그룹의 기업·소비자간 거래(B2C) 부분을 총괄하는 톈마오 법인의 최고경영자·법인대표까지 맡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