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북한…주변국, 평양 고위층 관찰하나

입력 2020-04-22 15:2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지난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이날을 마직막으로 김 위원장 동향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위중설이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북한 당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자신들의 체제나 최고지도자를 모독하는 발언이나 보도에 즉각 반응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 스스로 주변국 정부 차원의 대응과 평양 고위층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려 의도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는 22일 김 위원장 동향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전날 미국 CNN이 김 위원장 위중설을 보도한 시점으로부터 하루가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에게서 ‘좋은 서한’을 받았다는 언급을 하자 즉각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반박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있다.
북한 고위간부들이 지난 15일 김일성 주석의 108회 생일을 맞아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금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지도자의 신병이상설이 나올 경우 한반도 당사국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관찰·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이 지방에서 측근과 함께 정상 활동 중이라고 밝히면서 정보 수집 능력을 노출했다. 주변국 역시 각자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김 위원장 신병 관련 논평을 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정권 핵심 인사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최고위층은 물론 당 간부들까지 관찰하고 있는 것 같다”며 “건강 이상 등으로 최고지도자가 자리를 비울 때 권력층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4년 김 위원장이 40일 간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을 당시 ‘뇌사설’과 ‘망명설’ 등이 제기됐지만 북한 당국 차원에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 신병에 관해 공개적인 언급을 내놓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