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위중설이 잇따르는 가운데서도 북한 당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자신들의 체제나 최고지도자를 모독하는 발언이나 보도에 즉각 반응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김 위원장 스스로 주변국 정부 차원의 대응과 평양 고위층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려 의도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는 22일 김 위원장 동향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전날 미국 CNN이 김 위원장 위중설을 보도한 시점으로부터 하루가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에게서 ‘좋은 서한’을 받았다는 언급을 하자 즉각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 명의로 반박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금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고지도자의 신병이상설이 나올 경우 한반도 당사국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관찰·분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이 지방에서 측근과 함께 정상 활동 중이라고 밝히면서 정보 수집 능력을 노출했다. 주변국 역시 각자 습득한 정보를 토대로 김 위원장 신병 관련 논평을 냈다.
김 위원장이 북한 정권 핵심 인사들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이 이번 기회를 통해 최고위층은 물론 당 간부들까지 관찰하고 있는 것 같다”며 “건강 이상 등으로 최고지도자가 자리를 비울 때 권력층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14년 김 위원장이 40일 간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을 당시 ‘뇌사설’과 ‘망명설’ 등이 제기됐지만 북한 당국 차원에서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 신병에 관해 공개적인 언급을 내놓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