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선조의 후손 중 특정지역에 거주하는 성년 남성으로만 구성된 단체가 문중의 땅을 되찾겠다며 소송을 내 하급심에서 승소했지만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특정 지역에 사는 성년 남성만으로 꾸려진 점 등을 감안하면 고유 종중으로 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시조 전랑공의 후손 중 영광군에 거주하는 성년 남자로 구성된 한 단체의 대표자 A씨가 빼앗긴 땅 권리를 돌려받겠다며 B씨와 영광군 산림조합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창녕 조씨 문중은 1932년 5월 전남 영광군 소재 한 땅을 매매해 그 해 12월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B씨가 2016년 8월 창녕 조씨 문중 대표로부터 부동산을 샀다며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고, 이 땅을 담보로 영광군산림조합에 근저당권과 지상권을 설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창녕 조씨 문중의 대표자를 사칭한 한 남성이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B씨와 짜고 서류를 위조해 판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땅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선조들의 분묘수호, 제사봉행, 위토의 조성 및 관리, 문중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조직됐고 전랑공의 시제를 지내오고 있어 종중 유사단체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봄이 상당해 당사자능력이 있다고 할 것”이라면서도 “A씨를 적법한 대표자로 볼 수 없다”며 소를 각하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단체를 창녕 조씨 문중으로 같은 단체로 봐야한다”며 “이 사건 소유권이전 등기는 원인무효의 등기이고, 이를 토대로한 근저당권설정등기 및 지상권설정등기 역시 무효”라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가 속한 단체를 종중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932년경에 이미 조직·성립되었다고 선뜻 단정하기 어렵다”며 “특정 종중원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종중 유사단체임을 표방해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명의인과 동일한 단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