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1심’ 작심 비판한 검찰 “얼마나 더 참혹해야…”

입력 2020-04-22 14:39
연합뉴스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유정(37·사진)에게 검찰이 2심에서도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를 비판하며 재차 유죄를 주장하기도 했다.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형사1부(왕정옥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고유정 사건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검찰과 고유정 측은 이날 의붓아들 살해 혐의를 놓고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1심에 이어 항소심을 담당한 이환우 검사는 의붓아들 사망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사인’을 꼽았다. 피해자 홍모(5)군의 사인은 ‘기계적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 이 검사는 “이는 누군가가 고의로 살해했다는 결정적 증거”라며 “1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아버지의 다리나 몸통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막연한 가능성을 들면서 핵심증거를 배척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1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체격이 또래에 비해 왜소한 점, 당시 복용한 감기약의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지만, 피해자의 사건 당시 연령은 6세가 아닌 4.35세로 정상범위에 있었다”면서 “감기약 복용으로 인한 질식사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없음에도 (1심 재판부는) 의학적 근거가 없는 추상적 가능성에 근거해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가 전 남편 살인 사건에 대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과 관련해서도 양형 기준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는 고유정이 전 남편만을 살해했다고 보고 양형 기준을 ‘극단적 인명 경시 살인’이 아닌 ‘비난동기 살인’ 유형으로 낮춰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산술적 기준으로 갈린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누구라도 그것(사형)이 정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며 “도대체 얼마나 더 참혹하게 살해해야 사형이 선고되는 것이냐.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의 간절한 외침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고유정 측은 의붓아들 살인 혐의를 부인하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은 1심에서와 마찬가지로 전 남편에 대한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며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을 전남편에 먹인 사실 여부를 증명할 수 없다고 맞섰다. 또, 당시 사건 현장의 혈흔 분석 결과에서 보듯 수면제를 먹고 혼미한 상태에서 수차례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2차 공판은 다음 달 20일 오후 2시 진행된다.

검찰은 의학과 마약 분야, 디지털포렌식 감정 분야에서 5명의 증인을 요청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버린 혐의(살인·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홍군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은 고씨가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쯤 충북 자택에서 잠을 자던 홍군의 등 뒤로 올라타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20일 고유정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전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 양형부당을, 의붓아들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고유정 역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