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탄 차량 바다 빠뜨린 50대 남편…살인 혐의 ‘무죄’

입력 2020-04-22 11:35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승용차를 바다로 추락시켜 타고 있던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에 처해진 50대 남편이 항소심에서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는 인정해 금고형을 선고했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김무신·김동완·위광하)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모(52)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금고 3년을 선고했다고 22일 전했다.

항소심에서 박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 판단하고, 재판 막바지에 검찰이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만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주위적(살인)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판결에 앞서 재판부는 사건 현장을 찾아 검증했는데, 그 결과 차 안에서 약간의 움직임만 발생해도 차량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운전자 실수로 승용차가 바다에 빠졌다는 판단이다.

박씨는 2018년 12월31일 오후 10시쯤 전남 여수시 금오도 한 선착장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바다로 추락시켜 차 안에 타고 있던 아내 A씨(47)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기관 조사 결과 박씨는 아내와 머물던 선착장 경사로에서 차량을 이동하던 중 추락 방지용 난간에 부딪히자 차량 상태를 확인한다며 내렸다. 그 뒤 아내가 타고 있던 승용차는 바다로 추락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여수해경과 검찰은 인양한 차량의 페달식 주차 브레이크가 잠긴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과 기어가 중립(N) 상태였으며 조수석 뒤 창문이 약 7㎝가량 내려가 있는 점을 들어 고의성을 지적했다.

또 사건 발생 전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점 등을 수사한 뒤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박씨는 ‘순간 차량이 추락해 구조하지 못했다’며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했다. 경사로에 있던 차량이 스스로 굴러갔다는 것이다. 1심 재판 과정에서도 아내와의 다정한 관계를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아내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1심은 박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한 생명을 보험금 수령을 위한 단순한 도구로 이용한 점, 차가운 바다에서 아내를 고통스럽게 익사하게 한 점 등 죄질이 불량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박씨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10억원이 넘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계획 살인 범죄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