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준비한 면 마스크의 오염 문제가 우선 배포된 50만장뿐만 아니라 전 국민용 재고품에서도 발견됐지만 정부가 이 사실을 감추고 있다는 내부고발자의 제보가 나왔다. 아베 정부가 해당 내용을 조사해 작성한 내부문건도 확인됐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익명의 관계자 증언과 정부 내부문건을 인용, 5000만 세대 배포용으로 준비해둔 마스크에서도 불량품이 발견됐지만 아베 정부가 이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후생노동성의 마스크 등 물자대책반 관계자의 제보를 인용해 5000만 가구용 마스크 재고품에서 곰팡이 등 오염이 이미 발견됐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는 또 정부 대책반의 내부 문건을 보면 임산부용 외 전 가구 배포용으로 포장을 시작한 마스크 200만장 가운데서도 벌레와 머리카락, 먼지, 곰팡이 오염 등 200건의 불량 사례가 추가로 발견됐으며, 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이미 지난 18일 시점에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전 세대용 마스크의 불량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앞서 배분된 마스크의 불량에 대해서만 밝혔다. 그는 임산부용 면 마스크 50만장에서 총 7870건의 불량품이 발견됐다며 해당 마스크의 배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니치는 “정부의 위생 관리수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모든 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스크 배포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후생노동성 경제과는 ‘현 시점에서 전 국민용 마스크의 배포 중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베 정부는 지난 1일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약 466억엔(5300억원)을 투입해 전국 5000만 가구에 면 마스크 2장씩을 배포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우선적으로 14일~17일 임산부 전용 50만장을 배포한 뒤 감염자가 많은 도쿄를 중심으로 고령자용 1930만장, 초·중·고교용 800만장을 나눠줄 예정이었다.
이후 후생노동성은 임산부용 천 마스크에서 “색이 변했다” “머리카락이 섞여 들어왔다” “벌레가 들어있다” 등 80곳 지자체에서 1901건의 제보가 있었다고 18일 발표했으며, 21일에는 불량 건수가 도합 7870건 보고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SNS에는 “건강 피해는 없는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다” 등 불안감이 퍼졌다.
마스크 오염 제보가 끊이지 않자 일본 정부는 각 광역자치단체에 품질관리에 유념하도록 통보하고 일부 제조사의 마스크는 전량 회수하기 시작했다. 마스크 제조사의 이름은 공표되지 않았지만 정부 관계자에 의하면 국내 납품업자 5사가 중국이나 베트남, 미얀마로부터 제품을 조달하고 있다.
쇼지카 대학의 공중 위생학 교수이자 ‘마스크의 품격’의 저자인 오오니시 카즈나리는 “이 정도 불량품 숫자를 보자면 마스크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고 단정해도 무리가 아니다”라면서 “지금 같은 제조·관리·위생상태의 공장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나 곰팡이 포자, 박테리아 등이 마스크에 부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