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간호사들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숨진 동료 의료진 사진을 들고 의료진을 위한 개인보호장비 부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는 의료복을 입은 간호사들이 의료진 복장을 한 이들의 얼굴 사진이 붙은 팻말을 들고 모여들었다. 사진 속의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다 결국 양성 판정을 받고 목숨을 잃은 동료 의료진이었다.
시위에 참석한 간호사들은 마스크를 쓰고 당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6피트(182.88㎝) 거리를 두고 섰다.
미국 전국간호사노동조합(NNU) 소속 멜로디 존스가 숨진 동료 의료진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다. 뉴욕과 앨라배마, 네바다,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메릴랜드, 워싱턴DC 등 각지에서 사망한 의료진 45명의 이름이 광장에 울려퍼졌다.
존스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의료진이 더 있다며 “이들의 궁극적인 희생을 기억하고 기념하자”고 외쳤다.
이들은 또 의회 전문지 더힐에 “사람들은 지금 우리를 영웅으로 여긴다. 하지만 우리의 동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순교자들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백악관 시위는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들을 기리는 동시에 의료진을 위한 보호장비가 턱없이 모자란 현실을 환기하기 위해 열렸다.
간호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문 앞에서 의료진을 위한 개인적 보호장비 지급을 요구하고 싶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WP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발표를 인용해 지금까지 미국에서 9000명 이상의 의료진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지역에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로는 이보다 감염된 의료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폭증하는 가운데 의료진이 사용할 마스크와 가운 등 개인보호장비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돼왔다. 전날 뉴욕에서는 간호사협회가 보호장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며 주 보건부와 병원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화랑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