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마음의 방역 절대 필요

입력 2020-04-22 09:37 수정 2020-04-22 09:38

코로나19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방역 수칙을 잘 지켜나가 차츰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다 다행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상황이 더욱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전염병과 같은 사회적 재난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사회 심리적인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으로 사회적 재난을 당했을 때 대개는 다음의 4단계의 심리적 단계를 겪게 된다.

첫 단계는 공포기이다. 바이러스에 의한 신체적 감염 못지않게 심리사회, 경제적인 불확실성에 따른 공포감이 전 사회에 퍼져나갈 수 있다. 이때 국가는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나누어 막연한 공포나 불안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영웅기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이타심에 기반하여 구조 활동 등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시기이다. 다음으로 허니문 단계이다. 흔히 재난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것만을 연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재난 상황에는 처음에 훌륭한 리더, 고생하는 의료진에 대한 찬양, 기부하는 연예인, 유명인 등 훈훈한 미담이 오가고, 뭔가 단기간 안에 해결 될 거 같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사회 공동체의 결속력이 강해지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허니문과 같이 수주 정도로 짧게 지나간다.

허니문 단계를 지나면 그와 정반대로 환멸의 단계에 접어든다. 허니문 단계에서 느끼던 낙관론이 상황이 길어지면서 비관론으로 바뀌고, 심리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면서 에너지가 소진되고 무력감에 빠진다. 큰 단위의 위기는 넘겼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삶이 원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고 국가의 지원은 그에 못 미칠 때 느끼는 버림받은 느낌, 소외감, 무력감, 분노 등등으로 알코올 의존, 약물 의존, 우울, 자살 등의 심리적인 위기의 시기가 온다. 이 단계는 몇 개월 또는 몇 년이 지속될 수도 있다. 공동체가 위기에 빠지는 거다.

이후에 회복 단계에 접어든다. 개인과 사회가 다시 새로운 삶을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현상에 적응하고 재난으로 인한 상실이나 슬픔을 느끼고 표현하면서 새로운 삶을 재구성하는 데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런 ‘회복의 단계’를 앞당기고 심리적인 방역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동체의 결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감염병 재난에 있어서 급성기의 공포감이 지나가면 분노감이 높아지고 분노감은 특정한 집단을 향하기가 쉽다. 그래서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 잘못된 소문을 내거나 낙인을 찍고 편가르기를 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도 어른들의 이런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기 쉬워 서로 따돌림을 하거나 편을 가르고, 루머를 만들고, 또래를 놀리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개학을 한다면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미리 이런 현상이 일어 날 수 있음을 교육시키고 경계하도록 알려 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잘못된 소문, 낙인 등에는 반드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해서 분명하게 공유해 주어야 한다. 이를 간과한다면 피해 받은 아이들은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2차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이호분 (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