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구민 “김정은 한달 이상 안보이면 비상대책 취해야”

입력 2020-04-21 18:56 수정 2020-04-21 23:34

탈북자 출신 태구민(본명 태영호·서울 강남갑) 미래통합당 당선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다룬 ‘CNN’과 ‘데일리NK’ 보도에 대해 “북한 최고 존엄의 신변이 북·중 국경에까지 전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북한 최고위 간부들도 모르는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가 언론에 알려질 수 없고, 따라서 해당 기사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태 당선자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북한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데 대해선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 그 자체보다 북한이 향후 어떻게 반응할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 당선자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북한은 체제 특성상 최고 존엄에 논란이 있을 때마다 최고 존엄이 건재하고 있다는 행보를 수일 내로 보여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은 것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이번 김정은 신변이상설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없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북한 내 전례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다만 태 당선인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를 사례로 들며 CNN과 데일리NK 보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태 당선인에 따르면 김일성 주석이 1994년 7월 8일 오후 2시 사망할 당시 북한에서 김 주석의 사망 사실을 알았던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소식을 접한 김영남 북한 외교부장은 중국과 러시아 담당 부상을 불러 마오쩌둥 주석과 스탈린 서기장이 사망했을 당시 중국과 러시아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김 주석의 아들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영남 외교부장에게 30분 간격으로 “왜 중국과 러시아의 자료가 올라오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결국 북한은 스탈린 서기장 사망 관련 자료는 입수하지 못하고 마오쩌둥 주석 사망 파일만 참고했다. 당시 자료를 찾기 위해 동원된 수십명의 간부도 김 주석의 사망 여부는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북한은 김 주석이 사망한지 34간이 지난 7월 9일 정오에 사망 소식을 발표했다.

2008년 9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때도 일주일 동안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고 한다. 태 당선인은 “보통 북한 내각 부서에서 작성한 문서는 김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되는 형식으로 결재를 받게 되는 구조였다”며 “그중 외교문서는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챙겼다. 결재가 밀리는 적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당시 일주일간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외무성 내 많은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아마 비공식적으로 중국을 방문 했을 것이라 추측했지 뇌졸중으로 쓰러졌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북한은 2011년 12월 17일 오전 8시 30분 김 위원장이 사망했을 당시 51시간 30분이 지난 19일 오후 12시에 사망 사실을 발표했다.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사망때와 비슷하게 모든 장례 준비 등을 지도부 선에서 끝내놓고 사망을 알렸다. 태 당선인은 “19일 오전 외무상, 1부상, 당 위원장 등 모든 간부들이 평소와 같이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전 11시에 갑자기 당위원회에서 정오까지 강당에 집합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며 “TV 보도에 이춘희 아나운서가 검은색 한복을 입고 나오는 순간 다들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북한 최고 존엄의 신변은 철저히 보안이 지켜진다는 뜻이다.


태 당선자는 “앞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에 대해 차분히 지켜봐야 할 듯하다”며 “우리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북한 이상 징후에 대한 파악과 혹시나 모를 급변사태에 대해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도 거듭 김 위원장이 태양절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을 들며 “신변에 이상이 있는 것은 맞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심혈관 수술을 했는지, 제일 취약한 무릎이나 발목을 다쳤는지 등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태 당선인은 “만일 진짜 김정은이 중태에 빠졌거나 깨어나지 못한다면 북에서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진짜 그런 상태라면 아직까지 북에서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북 내부에서 입소문을 타서 퍼지려면 적어도 한 달은 지나야 의심이 증폭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보이지 않는 것이 한달이 넘어간다면 비상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