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언론, 줄줄이 받아쓰기…어둠속 허우적대는 김정은 보도”

입력 2020-04-21 18:55
지난 12일자 북한 관영매체에 소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BBC 캡쳐

영국 BBC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번 건강이상설은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축했다. 북한 지도자의 건강 관련소식을 세계 언론과 통신사들이 줄줄이 받아쓰는 그동안의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21일 BBC는 김정은이 심장 수술을 받은 뒤 중태에 빠졌다는 보도에 대해 “그렇게 판단할 근거가 없다”는 청와대 측의 입장을 전했다.

소동이 시작된 건 앞서 북한이탈주민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인 데일리NK의 기사였다. 20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지난해 8월부터 심혈관 질환을 앓았는데 백두산을 거듭 방문하더니 증상이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이 하나의 보도를 세계 여러 언론 및 통신사들이 줄줄이 받아썼다. 그러다가 “김정은이 심장 수술 뒤 중태에 빠졌다”는 충격적인 제목의 미국 언론(CNN) 보도가 이어지면서 세계적인 뉴스가 됐다.

하지만 BBC는 한국 정부 및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한 중국의 정보요원들이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BBC는 “김정은이 ‘중대한 병’이나 ‘뇌사’ 또는 ‘수술받고 회복 중’이라고 한 언론기사 제목들은 몇년째 나왔지만 입증할 증거는 매번 부족했다”며 “건강이상설이 반짝 터져 나오고 결국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해명되는 패턴은 처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은 그가 북한 내 주요 행사에 불참할 때마다 피어올랐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 김정은은 북한 최대 이벤트인 김일성 생일(태양절) 행사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 ‘김정은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행사에 빠진 적이 없다’는 이유로 다양한 추측이 등장했다.

김정은은 지난 11일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다음날인 12일 북한 관영매체가 전투비행단의 추적 훈련을 참관하는 김정은의 느긋한 모습을 보도했지만 그 사진의 촬영일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주 미사일 시험발사 때도 김정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팡이를 짚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BBC 캡쳐

또한 BBC는 지난 2014년의 쿠데타 관련 소문도 인용했다. 당시 김정은은 2014년 9월 초부터 40일 동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김정은이 반대세력의 쿠데타로 축출됐다는 추측이 각종 미디어에서 빗발쳤다. 하지만 이후 김정은은 지팡이를 짚고 다시 등장했다.

BBC는 “북한 지도자 소식을 다룰 때면 모두들 어둠 속에서 허우적댈 때가 많다”면서 “지금으로선 북한이 지도자의 건강을 둘러싼 루머에 해명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