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이 중국에서 수입한 수만 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가운데 일부가 오염된 것으로 밝혀져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고 트리뷴 뉴스 서비스가 21일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은 미국 내 코로나19 진단키트 부족 사태에 따라 최근 중국 상하이의 의료 기업으로부터 12만5000 달러(약 1억5000만원) 어치의 진단키트를 수입했다. 하지만 일부 키트에서 박테리아에 오염된 징후가 나타나 일단 사용을 중지했다.
워싱턴대 진단검사의학과 제프 베어드 교수는 “키트를 배포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사용을 중단해달라고 권고했다”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수입한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를 지난 16일 동료로부터 듣고 문제를 처음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내 진단 키트 보관 장소로 가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의심 환자에게서 채취한 샘플을 보관하는 유리병 속 액체가 분홍색이 아닌 노란색이나 주황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 이는 액체에서 박테리아가 자라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학 측은 일부 키트에서 변색이 발견됐지만, 보건 당국과 실험실 등에 나눠줬던 수만 개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모두 수거하기로 했다. 진단 키트의 일부는 이미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료를 보존하는 액체에서 오염이 발견됐기 때문에 환자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다고 베어드 교수는 밝혔다.
해당 진단키트 수입을 알선한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문제가 발생한 진단키트에 대해 환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텍사스 라레도 지역에서는 50만 달러에 2만 명분의 중국산 항체 검사기를 구입했지만 정확도가 20%에 불과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가 압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도 최근 중국의 2개 업체에서 가정용 항체 진단키트 200만 명분을 구매했지만, 정확성이 떨어져 그대로 창고에 방치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페인과 체코, 터키, 필리핀 등에서도 중국에서 수입한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등 불량 문제가 발생해 반품 사태 등이 벌어졌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