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위기에 처한 태국이 기업가들에게 노골적으로 손을 벌리고 있다. 국가 위기 속에 사회적 책무를 다해달라는 요청이지만 태국 최대 부호는 기업이 아닌 왕실이다.
21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이틀 전 태국의 20대 부호들 앞으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적 협력에 관한 요청’이라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기업이 솔선수범해 고통받는 국민을 도와 달라는 호소였다.
쁘라윳 총리는 편지에서 “코로나19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우리 사회와 경제에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태국 국민이, 특히 강력한 지식과 능력·재정적 자원을 가진 이들이 모든 분야에서 협력해야 할 때”라며 “이것이 우리 사회 원로라고 여겨지는 여러분께 편지를 쓰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중 많은 분이 이미 여러 측면으로 사람들을 도운 데 대해 깊이 감사하지만, 더 많은 걸 해주십사하고 부탁드릴 수밖에 없다. 생애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와 맞닥뜨린 국민을 가장 빠르고 신속한 방식으로 돕기 위해 여러분의 능력과 자원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쁘라윳 총리는 주요 기업인인 20대 부호들과 함께 팀을 꾸려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대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앞서 지난 17일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20대 부호들에게 편지를 띄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쁘라윳 총리의 이러한 행동을 두고 돈을 내라는 압박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청 형식이지만 총리가 두 번이나 “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만큼 기업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쁘라윳 총리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서한에서 “기부나 지원금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분이 모든 계층의 태국인들을 돕기 위한 계획들을 실행해달라는 것이며, 다음 주까지 계획의 세부사항들을 보내준다면 매우 감사하겠다”고 언급했다.
AP 통신은 태국에서 왕실이 가장 재산이 많지만, 총리는 기업가들에게만 손을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20여 명의 첩을 데리고 독일로 ‘피난 휴양’을 떠나 논란이 됐다. 국왕을 신격화하는 태국에서 왕실은 절대적 존재다. 왕실을 모욕하면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