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송치된 김봉현 금고지기 “앱으로만 연락… 어딨는지 몰라”

입력 2020-04-21 17:18

라임 ‘전주’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집사’ 역할을 해온 재향군인상조회 대표 출신 김모(58)씨가 검찰에 구속 송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스타모빌리티 517억원, 수원여객 161억원 횡령 사태에 연루돼 지난달 말 경찰에 체포된 그는 검찰에 넘겨진 뒤 구속 기간이 한 차례 연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김 전 회장과 ‘앱’으로만 연락해 소재를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이 도피 중에도 신신당부했던 향군상조회의 보람상조 재매각을 이행한 최측근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초 여러 주변 인사들에게 향군상조회 매각에 신경을 쓰라는 취지로 연락을 취했는데, 이 독려에는 도피자금 마련을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김 전 회장이 명동 환전업자를 통해 수표 25억원어치를 달러·원화로 세탁해 돌려받은 시기는 보람상조로부터 향군상조회 매각대금 380억원을 입금받은 지 8일 만이었다.

2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체포해 구속 수사 중이던 김씨의 사건을 이달 초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검·경은 김씨가 김 전 회장의 자금을 관리하는 사실상의 ‘집사’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결론지은 상태다. 김씨는 검거 직전까지도 김 전 회장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등 여러 수단으로 긴밀히 소통했다. 김씨는 김 전 회장 등 ‘라임 세력’이 향군상조회를 소유한 기간 향군상조회 계좌에서 한 법무법인에 에스크로(제3자 예치) 방식으로 흘러간 152억원을 빼낸 인물로도 지목돼 있다(국민일보 4월 9일자 14면 참조).

검·경은 김 전 회장의 여러 기업 인수합병에 관여하고 횡령 혐의에 얽힌 김씨가 김 전 회장의 도피 자금을 제공해 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검·경은 김 전 회장의 도피 자금 원천을 라임자산운용의 투자금으로 과거 ‘사냥’했던 기업들의 자금으로 파악한다. 김씨는 스타모빌리티는 물론 바이오업체 A사, 디스플레이업체 C사 등 김 전 회장의 기업사냥 의혹이 있는 코스닥 상장사들에서 임원으로 재직한 이력이 있다.

김 전 회장이 지난달 명동 환전시장을 통해 도피 자금으로 쓸 25억원을 세탁한 과정에도 김씨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 환전에 쓰인 거액 수표와 향군상조회 매각 대금 사이의 관련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2일 이름 모를 인사를 동원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운전기사 한모(구속기소)씨에게 30억원의 수표를 건네고 25억원어치의 달러·원화로 돌려 받았다. 김씨 등 김 전 회장 측이 보람상조로부터 향군상조회 매각 대금 380억원을 입금받은 지 8일 만이었다.

김 전 회장이 도피 자금 마련 직전 향군상조회 매각을 서두른 정황도 있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초 김씨 등 측근들에게 ‘왓츠앱’으로 연락을 취해 향군상조회 매각을 신경쓰라고 당부했다. 김 전 회장의 태도가 “일단 가 보라”는 식이었다는 증언도 있다. 김 전 회장 측 컨소시엄이 제시할 계약서의 문구는 보람상조 관계자들을 처음으로 대면하던 날 아침에야 검토·수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을 뒤쫓는 검·경은 서울 송파 지역에서 ‘비호세력’의 움직임을 주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김씨가 검거 직전까지 송파구 방이동의 한 모텔에서 지내며 낮에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녔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망을 좁혀 왔다. 김씨 등 김 전 회장의 주변 인사들이 송파구 잠실동의 한 대형 아파트에 ‘숙소’ 성격의 공간을 마련해 지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씨가 김 전 회장의 도피자금이 될 30억원의 수표를 넘겨받은 곳도 이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송파구 종합운동장 공터였다. 한씨는 해당 인사가 누군지는 모르고 지시만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김 전 회장의 행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경은 김 전 회장에게 자금을 관리해 주는 김씨 이외에도 신변 보호를 돕는 또 다른 조력자가 있을 것으로 본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사태 초기부터 넉넉한 도피자금을 마련해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성원 정현수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