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매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한국이 ‘성공 사례’로 분류되는 것은 정부의 신속한 조치도 이유지만, 모범적인 ‘시민 의식’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한국과 홍콩의 코로나19 퇴치는 봉쇄 때문이 아니라 모범적인 시민 덕분’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의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한국과 홍콩은 약간의 제한이 있지만, 거리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식당에서도 식사할 수 있는 등 엄격한 봉쇄 조치에 의지하지 않고도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것은 적극 협조하는 시민들의 의식 덕분이라고 SCMP는 전했다.
정부의 신속한 조치와 철저한 추적 조사, 조직적인 검사 체계 등 잘 갖춰진 방역 시스템 외에도 시민들이 정부 조치를 기다리기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제적으로 적극 대응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채수미 미래질병대응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된 것은 정부의 노력도 있지만, 시민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며 “예상보다 높은 코로나19 사망률에 정부가 놀랐지만, 한국 사회가 전염병 확산의 결정적인 시기에 매우 협조적이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나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시민들은 정부가 조치를 내릴 때까지 기다리다 전염병 확산을 초래했지만, 한국인들은 정부의 공식 지침 발표 전에 마스크를 쓰거나 다른 예방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고 채 센터장은 전했다.
채 센터장은 “반면 서방 국가들은 코로나19가 지구 반대편에 국한된 것으로 치부하고 너무 과신했던 것 같다”며 “미국은 상황이 심각해질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는 멈추지 않는다’면서 주점 문을 열도록 독려하기도 했고, 제한 조치를 취한 도시들도 박물관을 열거나 시민들의 사회활동을 제약하지 않아 바이러스 확산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탈리아에 유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김진솔씨는 “국가가 격리 명령을 내렸는데도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선 사람들이 파티를 열고 있었다”고 말했다.
채 센터장은 한국 사회가 서구 국가들보다 개인적 자유를 더 희생하는 등 방역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강제조치를 쓸 필요가 없었다고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국민들이 봉쇄조치에 따르지 않자 벌금제를 도입했고, 필리핀에서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봉쇄 기간에 문제를 일으켜 군경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경우 사살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SCMP는 또 한국의 교통·보건 등 선진 인프라와 정부에 대한 신뢰 등도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한 요인이라고 소개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