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복 입고 무릎 꿇은 전두환’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는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광주 법원 출석을 앞두고 5·18 단체가 광화문에 설치된 '전두환 동상'을 법정 앞으로 가져와 전씨의 구속을 촉구하기로 했다.
유족회와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월 3개 단체들은 “전씨가 죄수복을 입고 무릎을 꿇은 채 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전두환 동상 조형물을 광주로 이전한다”고 21일 밝혔다.
5월 단체들은 오는 24일 시민사회 단체들과 연석회의를 열고 구체적 광주 이전 방안을 논의한다.
전씨 동상은 지난해 12월 신군부가 일으킨 12·12 군사반란 40년을 맞아 5·18시국회의, 5·18구속부상자회 서울지회 등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웠다. 당시 시민들에게 죄수복을 입고 목에 오랏줄을 두르고 무릎을 꿇은 전씨의 동상을 발로 차거나 때리도록 했다.
5월 단체들은 이 동상을 전씨의 재판이 열리는 27일 광주지법 앞에 설치해 전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동상은 과거 시민들의 발길질 등으로 망가진 상태다.
5월 단체들은 이 동상을 수리해 전씨의 재판뿐만 아니라 5·18 관련 행사에서 '책임자 처벌' 퍼포먼스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들은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 묘역) 입구 쪽에 박혀 있는 ‘전두환 민박기념비’를 본 딴 비석을 별도 제작해 법정 앞에 놓아두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민박기념비는 1982년 전씨가 전남 담양군에서 민박한 것을 기념해 세웠던 것으로 광주·전남 민주동지회가 비석 일부를 떼어내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하고 있다.
5·18구속부상자회 관계자는 “광주 법정에 다시 서는 전씨에 대한 광주 시민들의 분노를 동상에라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5·18 책임자가 처벌돼야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전씨 측은 법정 출석을 위해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이순자 여사의 법정 동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