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인건비가 80%인데” 알맹이 없는 소상공인 지원금

입력 2020-04-21 16:42 수정 2020-04-21 18:3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금 항목에 임대료와 인건비가 빠져 있어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영남 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A씨 가게는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동선 공개에 드러나면서 매출이 80%이상 급감했다. 가게 이름이 그대로 노출된 탓에 한때 A씨 매장은 포털사이트에 ‘기피 장소’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확진자 방문 쇼크에 A씨는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로 두 달을 버텨야 했다. 온라인에 A씨 카페가 ‘신천지 교리공부 장소’라거나 ‘사장이 신천지 교인’이라는 등의 가짜 뉴스까지 퍼지면서 매장은 사실상 폐업 직전 위기까지 내몰렸다. A씨는 21일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며 울먹였다.

그나마 A씨의 숨통을 틔운 것은 중기부가 지난 7일 발표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점포 재개장 지원사업’ 소식이었다. 매출 급감으로 임대료를 구할 방법이 없었던 A씨는 정부지원금 300만원을 임대료로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A씨의 기대는 공고문을 읽는 동시에 좌절로 변했다. 중기부가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등의 피해를 입은 전국 소상공인 점포 19만곳에 재개장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임대료와 인건비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A씨는 “우리 같은 카페는 임대료와 인건비가 80%를 차지하고 재료비는 많아야 20% 남짓”이라며 “카페도 그렇지만 네일숍 같은 가게는 재료비 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코로나 불황 때문에 장사 자체가 안 되는데 홍보마케팅비를 어디에 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기부도 정책적 한계를 인정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전에 관련 정부 부처에 임대료와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거듭 요구했지만 결국 관철이 안됐다”고 설명했다. 임대료 감면과 인건비 지원은 고용노동부 및 행정안전부의 지원정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중기부 요청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담당자도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업하시는 분들이 체감하는 바는 더 클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A씨는 “건물주는 임대료 감면 지원 대상이 아니고, 나도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이 아니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지원금이 중기부 지원금인데 이런 식이니 황당하다”며 “확진자가 다녀간 점포에 조건 없이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는데 중앙정부가 지자체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